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히틀러의 바다의 전사들 - 독일 U 보트 전사(戰史) 9






 19. 검은 5월 (1943)


 1943년 초 동부 전선의 스탈린그라드에서 독일 육군이 재앙적인 패배를 당할 무렵 대서양 전투는 약간 소강 상태에 들어갔다. 겨울의 혹독한 북대서양 덕택이었다. 그러나 바다가 잠잠해지자 연합군의 상선단이 다시 활발해졌고, 먹이감을 찾아나서는 유보트들의 움직임 또한 활발해졌다.


 1943년 3월, 유보트들은 대서양 중부를 중심으로 82척, 476000톤의 적함을 침몰시켰다. 비록 12척이나되는 유보트가 침몰하긴 했어도 나쁘지 않은 성과였다. 그러나 유보트 함대는 이전보다 적함과 싸우기가 힘들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다. 점차 견고해지는 연합군의 방어와 그 숫자가 늘어만가는 구축함과 대잠 초계기들이 그들을 힘들게 만들고 있었다.


 다음달이 되자 유보트들은 4월이 되자 39척, 235000 톤의 적함을 침몰시킬 수 있었다. 전달보다 훨씬 못한 실적이었지만 15척의 유보트가 격침되는 불길한 징조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앞으로 생길 일에 대한 전조였다.



 1943년 5월은 대서양 전투에서 전환점이 된 달이었다. 이 달초 ONS 5 수송 선단을 공격한 유보트들은 12척의 적함을 침몰시킬때 6척의 유보트들을 댓가로 지불했다. 과거 '행복한 시간'에 수백척의 적함을 침몰시킬 때 입은 손실과 맞먹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다음 3개의 수송선단을 공격한 유보트들은 더욱 큰 댓가를 치뤗다. 7척의 적함을 격침시킬때, 7척의 유보트를 댓가로 지불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SC 130 수송선단은 단 한척의 손실도 없이 유보트 5척을 침몰시켰다.



(SC 130 수송선단의 호위함 중 하나인 HMS Duncan - SC 130 의 성과는 구축함과 B 24 의 협력의 결과였다. 그런데 SC 130 에 대한 공격 실패에서 되니츠 제독이 충격을 받을 만한 일이 하나 더 있었다. 이 때 침몰한 5척의 유보트 중 하나인 U 954 에 그의 아들인 피터 되니츠  (Peter Dönitz ) 가 탑승하고 있었던 것이다.  This artistic work created by the United Kingdom Government is in the public domain  )


 당연히 독일 해군과 되니츠가 받은 충격은 엄청났다. 앞서 보았듯이 미국의 엄청난 생산능력을 고려할 때 미국은 유보트 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새로운 수송선을 찍어낼 수 있었다. 그런데 43년 5월말이 되자 손실되는 연합군 상선보다 유보트 손실이 더 커졌다. 불과 1년 반도 안되던 시절에는 유보트 5척으로 미동부해안을 휘젓던 유보트가 지금은 수송 선단을 공격하려다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심해로 가라앉고 있었다. 1943년 5월은 독일 해군의 검은 5월 (Black May) 였다.


검은 5월 동안 독일 해군은 총 43척의 유보트를 잃었다. (대서양에서 34척) 이는 당시 가용가능한 유보트의 1/4이었다. 이대로 몇달만 지나면 사실상 독일 유보트 전력은 괴멸되고 말 것이다.



 충격을 받은 되니츠는 일단 작전에 투입되는 유보트들을 불러들였다. 히틀러의 뒤늦은 조치로 사실 유보트의 생산 숫자가 늘어나 되니츠는 100척 이상의 작전 투입 가능한 유보트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초기 몇척 되지 않던 유보트들이 했던 만큼도 연합군 상선을 격침시킬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앞서 이야기 했듯이 연합군의 대잠 공격 전술이 크게 발전한 데다. 1943년에는 사실상 에어 갭 (Air Gap) 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제 유보트들은 잠시 물밖에 나와 있기도 힘들어졌고, 반잠함에 가까웠던 당시의 유보트들은 물위로 나갈수도, 물속에서 있을 수도 없는 진퇴 양난에 빠지게 되었다. 여기에 연합군이 입수한 에니그마에서 독일군의 암호를 알아냄에 따라 작전이 노출된 울프팩 전술은 이제 오히려 유보트들에게 재앙이 되고 있었다.



 되니츠는 이제 VII/IX 형 유보트들로는 답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유일한 희망은 XXI/XXIII형 유보트와 새로운 신무기인 발터 추진 기관 (Walter Propulsion System) 이었다. 이들 신무기들을 빨리 작전에 투입하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인 것 같았다. 일단 급한 대로 독일 해군은 기존의 VII/IX 형 유보트에 슈노켈을 장착하긴 했지만 1943년에는 이것도 제대로 보급되지 못했다.






 20. 슈노켈


  사실 슈노켈 (snorkel) 의 아이디어는 간단하다. 한마디로 잠수함이 얕은 물속에 잠수한 후 공기를 흡입하는 튜브를 잠망경처럼 물위에 내놓고 디젤 엔진을 돌리는 데 필요한 공기를 빨아들여 엔진을 돌리는 것이다. 이것은 물론 완전히 깊이 잠수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다소 위험하긴 했지만 그래도 잠수함의 대부분이 얕은 물속에서라도 잠수할 수 있기 때문에 완전히 부상해서 항해하는 것 보다 대단히 안전한 편이었다.



(전후 미국에 넘겨진 XXI 형 유보트인 U 3008 에 탑재된 슈노켈. 미 해군에 의해 공개된 사진임. )



 비록 이 장치가 유보트의 혁명적인 발명품 처럼 여겨지긴 하지만 실제로는 독일의 발명품은 아니었다. 사실 독일 유보트에 장치된 슈노켈의 기본은 바로 네덜란드의 연구의 결과였다. 1940년 네덜란드가 독일에 항복하자 그 때까지 네덜란드가 연구하고 있던 슈노켈이 독일의 손에 넘어가게 되었다.


 네덜란드 해군은 자국의 잠수함인 O - 19 와 O - 20 에 장착하여 실험하고 있었는데, 이 결과가 독일 해군의 손에 넘어간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바로 독일 해군이 바로 이 슈노켈을 응용한 것은 아니었다. 이 초창기 슈노켈은 여러가지 문제가 많았기 때문에 바로 적용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슈노켈을 장착한 시험적 잠수함인 O 20 - This image is in the public domain in the Netherlands )



 그러나 43년 이후 연합군의 항공기와 구축함의 활약으로 유보트들이 잠시도 물밖으로 나와있기 힘들게 되자 독일 해군이 이 슈노켈을 빨리 장착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최초로 슈노켈을 장착한 유보트는 U 58 로 1943년 여름에 이를 장착해서 실험했다. 이후 슈노켈은 다음해가 되자 빠르게 보급되기 시작되어 전체 유보트의 절반이 이를 장착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미 전쟁은 기울 만큼 기운 상태였다.


 여기에 초기 슈노켈들은 문제도 많았다. 슈노켈이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6노트 이하로만 이동을 해야했고, 설상가상으로 해수의 유입을 막는 밸브가 완전하지 못해서 해수가 유입되거나 혹은 내부가 진공상태가 되거나 하는 문제들이 발생하여 슈노켈을 장착한 상태에서도 여러가지 문제들이 발생했다.







 21. 유보트의 반격과 몰락


 1943년 9월이 되자 새로운 대공무기와 어뢰, 레이더 감지기, 그리고 슈노켈 등으로 무장된 유보트들이 설욕을 위해 다시 작전에 나섰다. 그러나 이들이 이후 4달간 거둔 전과는 충격적일 정도로 저조한 것이었다.


 독일 해군은 8척, 56000 톤의 상선을 격침시키고, 6척의 군함을 격침시키기 위해 무려 39척의 유보트들을 댓가로 바쳐야 했다. 이러한 충격적인 손실률과 저조한 성과는 유보트의 몰락이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결과였다. 숙련된 유능한 승무원들은 대부분 전사한 상태이고 어린 신병들을 태워 보낸 유보트들은 다시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


 공군 원수 괴링이 뒤늦게 루프트바페 (Luftwaffe) 의 장거리 폭격기인 He 177 과 새로운 유도 대함 미사일을 탑재한 Hs 293 를 투입했지만 이미 공중의 제공권은 역시 압도적 생산능력을 자랑하는 연합군의 손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큰 성과를 거두긴 힘들었다. 41년 이전에 이러한 협조가 있었다면 영국으로써는 재앙같은 일이었겠지만 이 뒤늦은 협조는 연합군에겐 다행히 별 성과가 없었다. 괴링의 근시안적이 고집이 연합군에 도움이 된 많은 사례중 하나였다.




(독일군의 2발 엔진 장거리 폭격기인 He 177 - This artistic work created by the United Kingdom Government is in the public domain  )


(현대의 스마트 폭탄이나 혹은 대함 미사일의 원조라고도 할 수 있는 Hs 293 - 무선 유도 방식으로 연합군 군함을 공격했다. 나름 성과를 좀 거두었던 무기이었지만 역시 연합군의 압도적 물량앞에 당할 수는 없었다. CCL 에 따라 복사 허용, 저자 표시.  Deutsches Museum Munich.  photo by Jean-Patrick Donzey )



 이제 유보트의 마지막은 가까워 지고 있었다. 독일 해군 수뇌부는 신형 유보트인 XXI/XXIII 이 나오기를 기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신형 유보트는 결국 별로 쓸모가 없게 된다. 전쟁 자체가 독일의 패배로 끝나고 있기 때문이었다.




 (다음에 계속됩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R 스튜디오 설치 및 업데이트

 R을 설치한 후 기본으로 제공되는 R 콘솔창에서 코드를 입력해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기 보다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R 개발환경인 R 스튜디오가 널리 사용됩니다. 오픈 소스 무료 버전의 R 스튜디오는 누구나 설치가 가능하며 편리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R을 위한 IDE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습니다.    https://www.rstudio.com/  다운로드 R 이나 혹은 Powerful IDE for R로 들어가 일반 사용자 버전을 받습니다. 오픈 소스 버전과 상업용 버전, 그리고 데스크탑 버전과 서버 버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오픈 소스 버전에 데스크탑 버전을 다운로드 받습니다. 상업 버전의 경우 데스크탑 버전의 경우 년간 995달러, 서버 버전은 9995달러를 받고 여러 가지 기술 지원 및 자문을 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데스크탑 버전을 설치하는 과정은 매우 쉽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스톨은 윈도우, 맥, 리눅스 (우분투/페도라)에 따라 설치 파일이 나뉘지만 설치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R은 사전에 반드시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R 스튜디오만 단독 설치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죠.   설치된 R 스튜디오는 자동으로 업데이틀 체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R 스튜디오에서 Help 로 들어가 업데이트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업데이트 할 내용이 없다면 최신 버전이라고 알려줄 것이고 업데이트가 있다면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R의 업데이트와 R 스튜디오의 업데이트는 모두 개별적이며 앞서 설명했듯이 R 업데이트는 사실 기존 버전과 병행해서 새로운 버전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입니다. R 스튜디오는 실제로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버전을 지워줄 필요는

R 패키지 설치 및 업데이트 오류 (1)

 R 패키지를 설치하거나 업데이트 하다보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 경우 아예 R을 재설치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이렇게해도 해결이 안되고 계속해서 사용자는 괴롭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중 하나를 소개합니다.  새로운 패키지를 설치, 혹은 업데이트 하는 과정에서 같이 설치하는 패키지 중 하나가 설치가 되지 않는다는 메세지가 계속 나왔는데, 사실은 백신 프로그램 때문이었던 경우입니다.   dplyr 패키지를 업데이트 하려고 했는데,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설치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일부 패키지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는다는 메세지가 나왔습니다.  > install.packages("dplyr") Error in install.packages : Updating loaded packages > install.packages("dplyr") Installing package into ‘C:/Users/jjy05_000/Documents/R/win-library/3.4’ (as ‘lib’ is unspecified) also installing the dependencies ‘bindr’, ‘bindrcpp’, ‘Rcpp’, ‘rlang’, ‘plogr’ trying URL ' https://cran.rstudio.com/bin/windows/contrib/3.4/bindr_0.1.1.zip ' Content type 'application/zip' length 15285 bytes (14 KB) downloaded 14 KB trying URL ' https://cran.rstudio.com/bin/windows/contrib/3.4/bindrcpp_0.2.2.zip ' Content type 'application/zip' length 620344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