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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은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 - 한국 과학기술한림원





 지난 9월 5일 한국 과학기술한림원 (The Korean Academy of Science and Technology ; KAST ) 은 서울 중구 프레스 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진화론은 모든 학생에게 반드시 가르쳐야 할 현대 과학의 핵심 이론" 이라는 공식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물론 최근 논란이 되었던 시조새 및 말 화석에 관한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한국과학기술 한림원은 기초과학 연구 진흥법 제 11조 및 기술개발 지원에 관한 법률 제9조에 의해 근거 설립된 과학기술 분야의 석학들을 모은 단체로 한국의 과학 아카데미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아무나 정회원이 될 수 없고 대학 이상 졸업후 20 년 이상 연구한 자로 해당 분야에 현저한 업적이 있어야 정회원으로 선정될 수 있으며 그 수는 500 명 이내입니다. ) 


 사실 진화론 문제와 연관된 공식 학회 차원에서는 매우 즉각적인 반발의사를 밝힌바 있습니다. 즉 교진추 (교과서진화론 개정 추진위원회 ) 러눈 단체가 시조새와 말의 진화 부분을 삭제해 달라는 요청을 한데서 부터 시작된 이 논란에 한국 고생물학회와 한국 진화학회는 즉각적으로 반박문을 내고 교진추의 주장은 과학계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내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2달 정도 후 한국 과학기술 한림원은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 진화론 내용에 대한 수정·보완 가이드라인을  배포할 계획을 발표했으며 여기서 과학계의 주장을 담은 내용을 과학 교과서에 반영하도록 요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한림원은 생물종의 진화는 방향성을 갖고 직선형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복잡한 관목형 과정을 거쳤음을 인식시켜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즉 파충류  - 시조새 - 조류 식으로 서술한 이전 교과서는 이런 부분에서 잘못이 있으며 파충류/조류의 공통 조상 -> 수각류 공룡 -> 원시 조류에 이르는 다양한 원시 조류와 공룡의 화석 증거를 통해 진화의 과정이 복잡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말의 진화 역시 동일합니다. 


 구체적인 진화의 경로와 계통도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의견이 일치 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 사실 이부분은 새로운 화석들이 발견되면서 계속해서 수정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것이 진화라는 엄연한 과학적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림원 및 해당 분야 전문가들은 이날 기자 회견에서 밝혔다고 합니다.




 현재 한림원 회원 3명, 진화론 및 화석학 전문가 5명, 기초과학학회연합체 3명이 모여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한 전문가 협의회 구성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가이드 라인이 과학 교과서 인정 기관인 서울시 교육청과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를 내는 6개 출판사 7 개 집필팀에게 전달 된 후 이를 수정 보완해서 내년도 교과서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뉴스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사실 제 생각도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이전 시조새와 새의 기원 포스트에서 저 역시 진화가 A->B->C 하는 식으로 직선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마치 풍성한 가지를 갖춘 나무 같은 형식으로 진화한다고 설명한바 있습니다. 이는 여기서 말하는 관목형 모델과 완전히 일치하는 설명입니다. (   http://blog.naver.com/jjy0501/100162535814 참조) 

  


( 코엘루로사우르스 계통도. 여기에 끝 가지에 시조새와 원시 조류가 존재. 결코 파충류 -> 시조새 -> 조류 하는 식으로 진화한게 아니라는 것을 이전에도 설명했습니다. 사실 이 계통도도 단순화 한 것이죠. 그리고 추가적인 연구에 따라 변경 가능성도 있습니다.  Simplified cladogram from Mayr et al. (2005) Groups usually regarded as birds are in bold type )


 7월달에 시조새 관련 포스트를 작성할 무렵 저는 한림원에서 이런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도 전혀 몰랐고  이분들이 어떤 주장을 하게 될지에 대한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었습니다. 사실 한림원 같은데야 제가 감히 명단을 올리려고 생각도 하기 힘든 단체죠. 그런데 이분들이 기자 회견에서 주장한 내용이 제가 이전에 한 설명과 완전히 같습니다. 


 이것이 서로 우연의 일치나 혹은 알지 못하는 정신적 교감 덕분일까요 ? 

 아닙니다. 이것은 당연한 결과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저는 현재의 과학계의 주류 이론에 대해서 설명을 한 것이고 당연히 저보다 해당 분야에 지식이 깊은 과학자로 구성된 전문가 협의회 역시 현재 과학계의 주류 이론을 설명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일은 제가 현대 진화 이론에 대해서 깊은 이해는 없을지 몰라도 뼈대는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죠. 자랑은 아니지만 이 결과는 그렇게 밖에 설명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시조새에 대한 설명을 넣든 빼든 간에 수각류 공룡 -> 조류로의 관목형 진화 계통도를 설명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것이 진화 이론을 이해하는데 더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어쩌면 이번 일이 과학계를 자극해 교과서에 있는 낡고 잘못된 이론들을 새롭게 바로잡는 계기가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가이드 라인이 제대로 반영된다면 말이죠. 


 한가지 더 흥미로운 일은 이날 기자 회견에서 '구체적인 진화 경로에 관한 학계의 논란은 진화의 구체적인 과정을 밝히는 노력에서 나타난 지극히 정상적인 과학적 논의일 뿐, 결코 진화라는 엄연한 과학적 사실을 부인하는 근거는 될 수 없다' 라고 주장한 점입니다. 이 내용을 듣고서 저는 제가 이전에 작성한 포스트인 새의 진화와 Alan Feduccia (  http://blog.naver.com/jjy0501/100162299557 ) 가 생각났습니다. 

 
 여기서 저는 창조론자들이 주류 이론과 반대되는 이론을 주장하는 과학자가 있다고 해서 그가 진화론을 부정하는 게 전혀 아니라는 점을 실제 살례를 들어 설명한 바 있죠. 이 역시 우연히 거론된 것이 아니라 실제 창조론이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억지 주장을 들어보면 다른 형태의 진화 계통도를 주장하는 과학자들을 인용해서 마치 진화를 부정하는 것 처럼 사실을 왜곡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날 거론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위의 링크를 가서 참조) 


 당시 이 포스트들을 작성할 때는 미처 예상치 않았던 일이긴 하지만 이 발표를 보고 나니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흐뭇한 부분이 있습니다. 비록 세부적인 내용에 있어서는 제가 기술한 내용이 잘못되거나 오래된 가설들을 설명한 것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큰 흐름은 제대로 설명을 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이 발표를 보면 그 생각이 검증을 받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에 기쁜 마음이 듭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이야기로 좋아할 것 까진 없는 것 같지만.... 솔직히 이 정도는 현대 생물학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향후 과학 교과서의 내용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해당 과학자들의 의견을 들어서 결정해야 하며 기타 과학자가 아니거나 과학에 근거하지 않은 내용은 모두 배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됩니다. 그것은 과학이 무조건 옳다는 것이 아니라 '과학' 이라는 교과목을 가르칠 때는 그것이 맞기 때문입니다. 


 예를들어 올림픽 농구 경기에서 5명이 아니라 야구 처럼 9명이 경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어떨까요. 농구만이 진리고 야구는 잘못된 것이라서가 아니라 그것은 해당 경기의 룰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기각될 것입니다. 같은 논리로 과학 교과 시간에는 과학을 가르치는 게 맞습니다. 그것은 기본적인 규칙입니다. 반대로 신학을 가르치거나 종교 교과에서는 얼마든지 창조론 내용을 가르쳐도 상관없겠죠. 


 제가 주장하는 것은 과학은 옳고 종교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각자 영역이 있고 서로의 기본적인 영역을 침범하려고 주장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어떤 것을 더 믿을 지는 개인의 믿음과 신앙에 관련된 문제로 타인이 간섭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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