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128 - 목성급 행성이 없는 시스템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 ?





 지난 십 수년간 여러 연구들에 의해서 외계 행성 (exoplanet) 들에 대한 여러가지 사실들이 밝혀졌습니다. 그중에서 한가지 연구자들에 주목을 끄는 것은 과연 목성이나 그 이상 수준의 거대 가스 행성들이 그 행성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이와 같은 비교 연구는 목성이나 토성 같은 우리 태양계의 거대 가스 행성들이 태양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과 밀접하게 연관됩니다. 다시 말해 이런 거대 가스 행성들이 없다면 어떤 일이 생기는 것일까요 ?  


 초창기 발견된 외계행성들은 주로 뜨거운 목성이라 불리는 모성에서 가깝고 목성보다도 더 질량이 큰 외계 행성들이라 이런 질문에 대해서 정확한 답을 주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관측 기술이 계속해서 발전함에 따라서 해왕성이나 혹은 지구 만한 크기의 외계 행성들이 차차 발견되었고 이 중에서는 목성급의 외계 행성이 존재하지 않는 행성 시스템을 가진 외계 행성들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현재까지 발견된 외계 행성 시스템 가운데 글리제 581  (GJ 581, or Gliese 581 ) 와 처녀자리 61 (61 Vir 혹은 61 Virgin 가 그 사례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글리제 581 은 이미 이전 포스트들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는 M type 적색 왜성으로 이런 형태의 별이 사실 은하계에 가장 흔하다는 점에서 외계 행성 시스템이 매우 흔할 것이라는 추정을 가능하게 만드는 행성 시스템입니다. 지구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 (약 20 광년) 덕분에 상대적으로 연구가 수월한 글리제 581 의 행성들은 비교적 잘 연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글리제 581 에서 발견된 외계 행성들 가운데 가장 큰 축에 속하는 것도 해왕성급 크기이며 대부분은 지구보다 몇배 정도 큰 슈퍼 지구들입니다. 즉 이 행성계에는 목성 급 행성이 현재까지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글리제 581 의 추정되는 행성들. 글리제 581 의 행성이 모두 몇개인지 현재까지는 다소 논란이 있는 상태이나 여기서는 의심되는 행성들을 대부분 표시함.  http://en.wikipedia.org/wiki/File:Gliese_581_-_2010.jpg  )    


 그런데 글리제 581 을 면밀하게 관측한 유럽 우주국 (ESA) 의 허셜 우주 망원경 (Herschel space observatory ) 에 의하면 글리제 581 에는  25 ± 12 AU 에서 60 AU 에 이르는 궤도상에 적어도 태양계와 비교해서 10 배 수준의 혜성 벨트 (comet belt) 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또 같은 관측 결과로 부터 0.75 AU 이상 궤도에 적어도 토성 크기의 행성이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관측 결과를 토대로 생각했을 때 글리제 581 이 생성될 때 많은 물질들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거대 행성을 이루는 데 참여하지 못하고 남아서 카이퍼 벨트의 대형 버전을 형성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런 거대 혜성 후보군과 목성 같은 가드 역할을 할 대형 행성의 부재는 글리제 581 의 안쪽 궤도를 도는 행성들에 막대한 혜성 충돌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보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들로 인해 거대한 바다를 가진 외계 행성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혜성이 막대한 물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죠. 




(글리제 581 시스템의 행성과 거대 디스크의 아티스트 컨셉  Artist impression of the debris disc and planets around the star known as Gliese 581, superimposed on Herschel PACS images at 70, 100 and 160 micrometre wavelengths. The line drawing superimposed on the Herschel image gives a schematic representation of the location and orientation of the star, planets and disc, albeit not to scale. (Credit: Image courtesy of European Space Agency (ESA)) )


 한편 지구에서 대략 28 광년 정도 떨어진 처녀자리 61 (61 Vir) 역시 3 개 정도의 외계 행성을 가진 행성 시스템과 꽤 거대한 외각의 먼지 디스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3 개의 행성들은 대략 지구 질량의 5 배에서 22 배 사이 질량을 가지고 있어 역시 목성급 행성이 존재하지 않으면서 바깥의 거대 먼지 (얼음 등으로 구성된) 디스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크기는 30 AU 에서 100 AU 정도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처녀자리 61 이 더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 별이 태양과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처녀자리 61 은 태양 질량의 대략 95% 수준 정도 되는 별로 나이는 60 억년 이상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지구 공전 궤도보다 더 안쪽에 지구보다 더 큰 행성 3 개가 존재합니다. 


 비록 추가적인 관측이 필요하겠지만 최근 연구에서 대형 가스 행성의 존재는 없는 대신 카이퍼 벨트에 해당하는 지역에 아주 큰 먼지 구름이 확인되어 역시 목성급의 대형 행성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이것과 어떤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가설을 제기하는 연구자들이 있습니다. 


 목성 같은 대형 가스 행성들은 그 중력으로 혜성들을 가로막거나 혹은 흡수하는 역할을 해왔다는 주장이 있어왔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 목성에 충돌한 슈메이커 레비 혜성이 그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직접 충돌 하는 것 이외에 그 중력으로 혜성의 궤도를 크게 변경시켜 오르트 구름 쪽으로 튕겨내는 것도 포함됩니다.) 따라서 지구 등 내행성들은 혜성과의 충돌 횟수와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었다는 것이죠. 물론 태양계 역사의 초기에는 적지 않은 혜성과 소행성이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 안쪽 천체와 충돌했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는 대형 혜성 충돌은 지구 역사에서 아주 가끔씩 일어나는 이벤트였습니다. 


 따라서 혜성을 막거나 흡수하는 목성급의 거대 행성이 없다면 이런 외계 행성계에는 혜성 벨트 자체가 거대해지고 더 자주 내행성들과 충돌을 했을 지도 모른다는 가설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어쩌면 내행성에 많은 물을 공급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고등 생명체가 살기에는 다소 위험할 지도 모르죠. 자주 거대 혜성이 충돌할 지 모르니까요. 


 다만 위에 내용들은 아직 가설 단계 입니다. 현재까지 우리의 외계 행성에 대한 지식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해서 진짜 위의 행성계에 목성급 행성이 숨어 있을 가능성도 배제를 못할 것 같습니다. 향후 지속적인 관측을 통해 다른 행성계의 모습을 상세히 알 수 있다면 우리의 태양계에서 목성이 진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에 대해서 검증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 합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s:

  1. M. C. Wyatt, G. Kennedy, B. Sibthorpe, A. Moro-Martín, J.-F. Lestrade, R. J. Ivison, B. Matthews, S. Udry, J. S. Greaves, P. Kalas, S. Lawler, K. Y. L. Su, G. H. Rieke, M. Booth, G. Bryden, J. Horner, J. J. Kavelaars, D. Wilner. Herschel imaging of 61 Vir: implications for the prevalence of debris in low-mass planetary systems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2012; 424 (2): 1206 DOI: 10.1111/j.1365-2966.2012.21298.x
  2. J.-F. Lestrade et al. A DEBRIS disk around the planet hosting M-star GJ 581 spatially resolved with Herschel.Astronomy & Astrophysics, (accepted)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R 스튜디오 설치 및 업데이트

 R을 설치한 후 기본으로 제공되는 R 콘솔창에서 코드를 입력해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기 보다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R 개발환경인 R 스튜디오가 널리 사용됩니다. 오픈 소스 무료 버전의 R 스튜디오는 누구나 설치가 가능하며 편리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R을 위한 IDE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습니다.    https://www.rstudio.com/  다운로드 R 이나 혹은 Powerful IDE for R로 들어가 일반 사용자 버전을 받습니다. 오픈 소스 버전과 상업용 버전, 그리고 데스크탑 버전과 서버 버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오픈 소스 버전에 데스크탑 버전을 다운로드 받습니다. 상업 버전의 경우 데스크탑 버전의 경우 년간 995달러, 서버 버전은 9995달러를 받고 여러 가지 기술 지원 및 자문을 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데스크탑 버전을 설치하는 과정은 매우 쉽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스톨은 윈도우, 맥, 리눅스 (우분투/페도라)에 따라 설치 파일이 나뉘지만 설치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R은 사전에 반드시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R 스튜디오만 단독 설치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죠.   설치된 R 스튜디오는 자동으로 업데이틀 체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R 스튜디오에서 Help 로 들어가 업데이트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업데이트 할 내용이 없다면 최신 버전이라고 알려줄 것이고 업데이트가 있다면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R의 업데이트와 R 스튜디오의 업데이트는 모두 개별적이며 앞서 설명했듯이 R 업데이트는 사실 기존 버전과 병행해서 새로운 버전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입니다. R 스튜디오는 실제로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버전을 지워줄 필요는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