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유명 무실해진 유엔 기후 변화 협약과 교토 의정서





 흔히 유엔 기후 협약 이라고 부르는 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은 지난 1992 년 리오데자네이루에서 최초 회의가 개최된 이래 선진국을 중심으로 지구 온난화 문제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 메탄 가스를 비롯한 주요 온실 가스 (GHG Green House Gas) 를 막기 위한 국제적 노력이었습니다. 이미 90 년대에 이르러 인간의 산업 활동에 의해 지구의 온실 가스가 증가하고 지구의 기온이 오르고 있다는 데에 과학적으로 상당한 수준의 합의가 도출되었으므로 이를 막기 위해 국제 협약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있어왔습니다. 


 이는 마치 초기에는 오존층 파괴를 막기 위한 몬트리올 의정서와 비슷한 상황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온실층 파괴 물질 감축과 온실 가스 감축 문제는 아주 판이하게 다르다는 사실이 곧 드러나게 됩니다.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역시 비용 문제 였습니다. 오존층 파괴 물질의 대체물을 찾는 것은 사실 많이 힘들지도 않았고 상대적으로 적용도 쉬었습니다. (오존층 문제에 대해서는 이전 포스트 http://blog.naver.com/jjy0501/100142594928  참조 )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인위적 온실 가스인 이산화탄소는 이의 주된 배출원인 화석 연료를 대체하기가 매우 어렵고 비용도 엄청나게 든다는 사실 때문에 처음부터 유엔 기후 협약의 파국은 예상된 것이나 다를 바 없었습니다. 


 1995 년 베를린에서 열린 1 차 당사국 총회 (COP 1   Conferences of the Parties) 이후 유엔 기후 협약에서는 매년 당시국 총회를 열었습니다. (참고로 베를린 회의에서 3차 당사국 총회에서 온실 가스 감축 목표에 관한 의정서를 채택하도록 결정) 1997 년 12 월 3 차 당사국 총회였던 교토에서 이른바 교토 프로토콜 (Kyoto Protocol) 이 채택되는데 이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즉 지금까지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했고 지구 온난화에 더 직접적인 책임이 있으며 이에 대응할 여력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선진국이 우선적으로 온실 가스를 감축하기로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개도국에는 여건 및 지금까지 온실 가스 배출을 많이 하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 일단 예외로 하되 추후 감축 목표를 설정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감축 대상 가스는 가장 주범이 되는 이산화탄소 (CO2) 를 비롯 메탄 (CH4) 아산화질소 (N2O), 불화탄소 (PFCs), 수소화불화탄소 (HFC), 육불화황 (SF6) 의 여섯가지로 이들이 각각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이산화탄소양으로 환산한 양을 기준으로 합계를 내서 감축 의무를 할당했습니다. 


 감축 기준이 되는 연도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1990 년으로 본래 계획으로는 당시 최대 온실 가스 배출국인 미국도 여기에 포함이 되어 있었으며 OECD 및 유럽 국가를 기준으로 삼은 부속서 I (Annex) 국가에서 1990 - 2008 년 기간 동안 6% 의 온실 가스를 감축한다는 복안이 있었습니다. (각 국가별로 할당량은 다 달랐음) 하지만 시작부터 당시 화석 연료 사용량의 1/4 을 차지하는 미국이 비준을 거부했고 중국은 개도국이란 이유로 빠져나가면서 파국은 예상된 것이나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2010 년 당시 교토 의정서의 진행 상황 

짙은 녹색 :  감축 의무를 지는 부속서 I, II 국가
옅은 녹색 :  감축 의무가 없는 개도국
회색 : 해당사항이 없는 국가로 참가할 능력이 안되는 국가 
주황색 : 처음부터 비준을 거부한 국가
붉은색 : 탈퇴한 국가  




(1990 년에서 2009 년 사이  교토 의정서의 감축 목표 (회색 막대) 와 실제 변화 (검은 색 막대).   This graph is based on data taken from the 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 publication “CO2 Emissions From Fuel Combustion: Highlights (2011 edition);” publisher: IEA, Paris, France; Page 13. The PDF version (size 1717 KB) is freely available for download.   ) 


 결국 교토 의정서 시행 기간 동안 이를 지킨 국가들은 독일, 벨기에, 영국 등 일부 유럽 국가들 뿐이었으며 기타 경제난으로 화석 연료 사용이 급감한 동구권 국가들만이 대폭 감축에 성공 (?) 했을 뿐이었습니다. 대신 오일 샌드 같은 새로운 화석 연료를 대거 개발 중인 캐나다나 역시 석탄 같은 화석 연료를 적극 개발하는 호주등 국가는 이 기간 동안 온실 가스 배출량이 급증했고 인도, 중국 등은 급속하게 화석 연료 사용을 늘려나가면서 온실 가스 배출이 급증하는 상황입니다. 


 사실 현재 시점에서 인류의 활동 (즉 온실 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를 부정하려고 마음 먹은 주요국 정부는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 입니다. 이미 과학계에서 의견이 상당히 통일된 상태로 그런 식으로 발언 했다가는 환경론자들은 물론 과학계로도 부터 강력한 비난과 경고를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교토 의정서에서 탈퇴하거나 혹은 준수 하지 않는 이유로 다른 논리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 논리는 간단히 말해서 주요 배출국이 감축 의무를 지지 않는데 우리가 감축해봐야 별 소용 없지 않느냐면서 발을 빼는 것입니다. 이는 다른 국가가 감축해야 한다는 뉘앙스라기 보다는 우리도 감축 안한다는 뜻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이미 캐나다의 교토 의정서 탈퇴 (http://blog.naver.com/jjy0501/100145868877 참고 ) 에서 다뤘듯이 그것이 새로운 탈퇴나 감축 의무 회피 논리인데 그렇게 되므로써 사실상 교토 의정서는 무력화 되고 말았습니다. 아직 완전한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경제 위기라던 2012 년 조차 온실 가스 배출량은 3% 정도 증가한 것으로 보이며 21 세기 내로 섭씨 2 도 내 상승이라는 목표는 거의 달성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은 18 차 당사국 총회인 카타르 도하 총회에서 더 극명하게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일단 유예 기간을 거쳐 다른 국가들까지 의무 감축에 참여하는 대신 일본, 러시아, 캐나다, 뉴질랜드가 더는 의무 감축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미국 - 미국의 논리는 최대 배출국인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이 빠져서 효과가 없다는 것 - 과 중국/인도 - 역시 개도국이라 감축 의무가 없음 - 도 아예 참여조차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오히려 성실히 감축 의무를 달성한 일부 유럽 선진국들만 손해를 봤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을 것입니다. 


 결국 2020 년까지 교토 의정서를 연장하기로 결정했다곤 하지만 의무 감축국들이 내뿜는 온실 가스는 전세계 배출량의 15% 에 불과해 이제 더 이상 교토 의정서는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 나라 역시 녹색 성장이라고 선전만 요란하게 할 뿐 온실 가스 의무 감축은 실제로 하지 않고 있고 온실 가스 배출은 점점 늘리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번 도하 회의에서 우리가 건진 내용은 녹색기후기금 (GCF) 를 우리나라에 유치한다는 것인데 역시 돈문제가 나오자 이야기가 복잡해지면서 선진국들이 서로 기금을 내지 않으려 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이 역시 미래가 불투명해 보입니다. 


 해수면 상승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그리고 실제로 바다에 잠기고 있는) 군소 도서 국가 연합 (AOSIS) 는 매우 강경한 태도로 선진국에게 우선 돈이라도 내놓으라고 하고 있지만 세계적인 재정 위기로 돈이 없는 선진국들 역시 어떻게든 시간을 질질 끌면서 돈을 덜 내든지 아니면 아예 흐지부지 넘어가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녹색 기후 기금이 당초 예상처럼 모이게 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입니다. 


 아무튼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2015 년까지 새 기후체제에 대한 협상문을 만들고 2020 년 부터 새로운 기후 체제를 만든다는 계획은 현재로써는 그다지 현실성이 없어 보이는 내용입니다.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서로 상대방 핑게를 대면서 감축 의무를 지지 않으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죠. 물론 여기에는 그런 의무 감축을 하려면 엄청난 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문제가 숨어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이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이죠. 이런 비관적인 예측과는 반대로 주요 온실 가스 배출국가들이 대승적 타협을 통해 인류의 미래를 구하려고 노력하기를 빌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다소 비관적입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R 스튜디오 설치 및 업데이트

 R을 설치한 후 기본으로 제공되는 R 콘솔창에서 코드를 입력해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기 보다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R 개발환경인 R 스튜디오가 널리 사용됩니다. 오픈 소스 무료 버전의 R 스튜디오는 누구나 설치가 가능하며 편리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R을 위한 IDE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습니다.    https://www.rstudio.com/  다운로드 R 이나 혹은 Powerful IDE for R로 들어가 일반 사용자 버전을 받습니다. 오픈 소스 버전과 상업용 버전, 그리고 데스크탑 버전과 서버 버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오픈 소스 버전에 데스크탑 버전을 다운로드 받습니다. 상업 버전의 경우 데스크탑 버전의 경우 년간 995달러, 서버 버전은 9995달러를 받고 여러 가지 기술 지원 및 자문을 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데스크탑 버전을 설치하는 과정은 매우 쉽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스톨은 윈도우, 맥, 리눅스 (우분투/페도라)에 따라 설치 파일이 나뉘지만 설치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R은 사전에 반드시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R 스튜디오만 단독 설치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죠.   설치된 R 스튜디오는 자동으로 업데이틀 체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R 스튜디오에서 Help 로 들어가 업데이트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업데이트 할 내용이 없다면 최신 버전이라고 알려줄 것이고 업데이트가 있다면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R의 업데이트와 R 스튜디오의 업데이트는 모두 개별적이며 앞서 설명했듯이 R 업데이트는 사실 기존 버전과 병행해서 새로운 버전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입니다. R 스튜디오는 실제로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버전을 지워줄 필요는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