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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이야기 141 - 두개의 아기별이 만드는 섬광




 천문학자들은 LRLL 54361 라고 이름붙은 가스로 둘러쌓인 천체에서 매 25.34 일을 주기로 섬광이 발생하는 현상을 수년전 발견했습니다. 이 천체는 아마도 가스 성운의 중심에서 발생하는 아기별, 혹은 원시별 (protostar) 로 생각되는데 마치 시계로 잰듯이 정확한 시점에 갑자기 밝아졌다가 어두워지는 현상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이제까지 그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실제 관측 모습은 아래 영상) 






 나사의 두 우주 망원경인 스피처 (Spitzer Space Telescope) 와 허블 우주 망원경 (Hubble Space Telescope) 팀, 그리고 유럽의 ESA 및 미국과 유럽의 여러 대학과 연구 기관들은 공동으로 이 미스테리를 풀기 위해 오랜 시간 관측결과를 토대로 다음과 같은 가설을 수립했습니다. (아래 그림 참조) 



(NASA's Spitzer and Hubble space telescopes have teamed up to uncover a mysterious infant star that behaves like a police strobe light. (Credit: NASA/ESA/JPL-Caltech/STScI/NOAO/University of Arizona/ Max Planck Institute for Astronomy/University of Massachusetts, Amherst) ) 


 즉 위의 그림처럼 2 개의 생성된지 얼마되지 않은 (수십만년 이내로 생각됨) 원시별이 서로의 질량 중심을 타원궤도 돌고 있다고 가정하면 이와 같은 미스테리를 풀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때 이 별들은 명왕성 - 카론의 경우 처럼 서로를 바라보면서 아령처럼 공전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두개의 반지를 연결시킨 것 처럼 공전합니다. 이런 식 타원 궤도 (elliptic orbits) 는 태양계에서는 아주 흔하지는 않지만 아무튼 이론적으로나 실제로나 가능합니다. 


(타원궤도의 예  Two bodies with similar mass orbiting around a common barycenter (red cross) with elliptic orbits.  Source : Wikipedia )          


 이 두 원시별은 주변의 두터운 가스로 뒤덮혀 있는데 아직도 주변에서 물질을 흡수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두 원시별 주변에 있을 것으로 보이는 가스와 먼지 원반은 25 일 주기로 서로 매우 가까운 위치에 놓이게 됩니다. 중력에 의한 영향으로 이 물질들은 원시별과 충돌하면서 갑자기 10 배나 밝아지게 되는 것이 이런 독특한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만약 이 두 원시별 주변에 가스가 없다면 이런 모습이 처음부터 관찰되었겠지만 (참고로 약 950 광년 정도 떨어진 IC 348 이라는 가스 성운에서 별이 탄생하는 중) 두터운 가스와 먼지로 인해 이 원시별은 직접 관찰이 불가능합니다. 두터운 먼지를 뚫고 관찰하는데 용이한 스피처 우주 망원경의 적외선 관측 결과를 7 년간 모은 끝에 연구팀은 이와 같은 결론을 내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대개 원시별이 갑자기 밝아지는 이유는 원시별 주변으로 갑자기 많은 물질이 공급되기 때문으로 생각되었는데 이 경우에는 정확한 시간 주기에 따라 밝아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후에 비슷한 현상이 발견되면 역시 같은 메카니즘에 의한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을 보면 우주에서는 정말 신기한 현상들이 많이 생기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내용은  Science 에 실렸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James Muzerolle, Elise Furlan, Kevin Flaherty, Zoltan Balog, Robert Gutermuth. Pulsed accretion in a variable protostar. Nature, 2013; 493 (7432): 378 DOI:10.1038/nature1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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