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작고 민첩한 초식 공룡





 흔히 공룡하면 과거 떠올리던 인상은 디플로도쿠스나 브라키오사우루스 같은 크고 육중한 초식 공룡이 큰 나무에서 잎사귀를 뜯어 먹으면 그 뒤에서 역시 거대하지만 초식 공룡보다는 작은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육식공룡이 습격하는 장면일 것입니다. 대개 '공룡 = 커다란 도마뱀 같은 생물' 이라는 고정 관념이 오랜 시간 우리들의 상상력을 지배했고 거대 기업을 공룡 기업이라고 부르는 등 공룡 하면 커다란 생물체라는 관점이 은연 중에 퍼져있습니다. 


 물론 공룡 중에서는 매우 거대한 것들도 있지만 반대로 아주 작은 동물들도 존재합니다. 비록 쥐 만한 크기의 미니 공룡이 발견된 바는 없지만 닭만한 크기의 공룡이 발견되 mini 라는 종명이 붙은 공룡도 존재합니다. (  http://blog.naver.com/jjy0501/100185286503 참조)


 대개 수각류에 속하는 이들 소형 공룡들은 대개 작고 민첩한 사냥꾼 들이었습니다. 반면 초식 공룡하면 역시 거대한 이미지가 지금까지 남아 있고 사실 풀처럼 소화가 잘 안되는 음식을 먹고 살려면 몸집이 큰 편이 유리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캐나다의 앨버타주 남부에서 발견된 한 화석은 이와 같은 편견을 수정해줄 만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대학과 박물관의 합동 연구팀 - University of Toronto, Royal Ontario Museum, Cleveland Museum of Natural History and University of Calgary  -  이 발굴한 이 공룡은 Albertadromeus syntarsus 라고 명명되었는데 1.5 미터 정도 몸길이에 16 kg 정도 체중을 가진, 두발로 걷는 민첩한 공룡이었습니다. 이 공룡은 백악기 후기인 7700 만년전 지층에서 발굴되었습니다. 



(Albertadromeus syntarsus  의 복원도  This is a life reconstruction of the new small-bodied, plant-eating dinosaur Albertadromeus syntarsus. (Credit: Art by Julius T. Csotonyi))  


 현재까지 알려진 초식 공룡 중에 가장 작은 편에 속하는 A. syntarsus 는 골격 구조를 감안하건대 매우 빠르게 달릴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재 초식 동물들을 생각해봐도 아주 빨리 달릴 수 있는 동물들은 매우 많습니다. 사실 초식이라서 느릴 이유는 전혀 없기 때문이죠. 연구팀은 A. syntarsus 가 빨리 달릴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생태계를 보면 초식 동물이 육식 동물로 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방식은 매우 다양하지만 대표적인 전략은 아주 빠르게 달아나거나 혹은 몸집을 키워 육식 동물이 함부로 덤비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빨리 달리는 전략은 아프리카 초원에 서식하는 영양들이 택한 전략이고 몸집을 키우는 것은 코끼리가 택한 전략입니다. 상당수 초식 공룡들이 몸집을 키우는 전략을 택했지만 반대로 빨리 달리는 진화 전략을 택한 초식 공룡 역시 존재합니다. A. syntarsus 는 몸집이 작은 대신 매우 빨리 달려서 육식 공룡을 피한 것으로 보입니다. 빨리 달아나는 것은 포식자를 피하는 가장 대표적인 전략이죠. 


 A. syntarsus 는 공룡의 다양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중생대를 걸쳐 오랜 기간 번성한 공룡들은 매우 다양하게 적응 방산 했을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우리가 발견한 종들은 그 중 일부에 불과할 것입니다. 대개 작은 공룡들은 화석으로 남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어 최근에 와서야 집중적으로 연구된 것일 뿐 사실 공룡은 매우 다양한 크기와 생태학적 지위를 차지하는 종들로 다양하게 적응 방산한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연구팀은 이 새로운 화석이 그냥 작은 초식 공룡 화석이 아니라 공룡의 생물학적 다양성을 보여주는 좋은 증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오늘날 번성하는 포유류를 생각하면 이와 같은 다양성은 놀라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생물학적 다양성이야 말로 그 생물군이 번성하고 있다는 증거일 테니 말이죠. 



 참고  


  
Journal Reference:

  1. Caleb Marshall Brown, David C. Evans, Michael J. Ryan, Anthony P. Russell. New data on the diversity and abundance of small-bodied ornithopods (Dinosauria, Ornithischia) from the Belly River Group (Campanian) of Alberta.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 2013; 33 (3): 495 DOI: 10.1080/02724634.2013.746229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R 스튜디오 설치 및 업데이트

 R을 설치한 후 기본으로 제공되는 R 콘솔창에서 코드를 입력해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기 보다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R 개발환경인 R 스튜디오가 널리 사용됩니다. 오픈 소스 무료 버전의 R 스튜디오는 누구나 설치가 가능하며 편리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R을 위한 IDE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습니다.    https://www.rstudio.com/  다운로드 R 이나 혹은 Powerful IDE for R로 들어가 일반 사용자 버전을 받습니다. 오픈 소스 버전과 상업용 버전, 그리고 데스크탑 버전과 서버 버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오픈 소스 버전에 데스크탑 버전을 다운로드 받습니다. 상업 버전의 경우 데스크탑 버전의 경우 년간 995달러, 서버 버전은 9995달러를 받고 여러 가지 기술 지원 및 자문을 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데스크탑 버전을 설치하는 과정은 매우 쉽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스톨은 윈도우, 맥, 리눅스 (우분투/페도라)에 따라 설치 파일이 나뉘지만 설치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R은 사전에 반드시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R 스튜디오만 단독 설치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죠.   설치된 R 스튜디오는 자동으로 업데이틀 체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R 스튜디오에서 Help 로 들어가 업데이트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업데이트 할 내용이 없다면 최신 버전이라고 알려줄 것이고 업데이트가 있다면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R의 업데이트와 R 스튜디오의 업데이트는 모두 개별적이며 앞서 설명했듯이 R 업데이트는 사실 기존 버전과 병행해서 새로운 버전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입니다. R 스튜디오는 실제로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버전을 지워줄 필요는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