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기생충 때문에 겁을 상실한 쥐 ?




 캘리포니아 대학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의 연구자들이 최근 쥐와 고양이에 대한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들의 연구는 사실 톡소플라즈마증 (Toxoplasmosis) 에 관한 것 입니다. 고양이과 동물을 종숙주로 삼는 원충성 기생충인 톡소포자충(Toxoplama gondii) 은 사실 고양이과 동물 이외에도 거의 모든 온혈 동물에 감염을 일으킬 수 있으며 사람에서도 쉽게 감염되는 인수 공통 감염입니다. 


 주로 고양이를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종숙주인 고양이과 동물외 중간 숙주인 다양한 가축- 돼지, 염소, 양 등 - 을 통해서도 감염이 가능합니다. 다만 고양이의 경우는 분변을 통해, 식육용 가축의 경우 고기를 통해 감염되는 점이 차이점이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일반적으로는 감염된 고양이의 분변이 가장 위험하다고 할 수 있지만 말이죠. 


 톡소포자충 감염은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것 이상으로 매우 흔한데 국가에 따라서는 인구의 50% 이상이 감염력이 있을 정도이며 전세계적으로도 수십억 인구가 한번이라도 노출된 적이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실제로는 감염되었다고 해서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잘 알려져 있다 시피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되어 문제를 일이킬 수 있어 임산부는 조심해야 하는 감염 가운데 하나입니다. 


 톡소포자충에 대해서는 간단히 설명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면 아무튼 이 톡소포자충이 고양이의 먹이감인 쥐의 행동에 여러가지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설치류는 본능적으로 피하게 되어 있는 고양이 냄새에 (특히 영역을 표시하는 소변 냄새) 잘 반응하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이전보다 더 멀리까지 이동하고 쉬지 않고 움직이거나 다른 개체와의 반응이 변하거나 하는 행동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행동 변화가 고양이의 사냥을 더 쉽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 연구자들도 존재합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대학원생인 웬디 잉그램 ( graduate student Wendy Ingram at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은 분자 및 세포 생물학 교수인 마이클 아이젠과 엘렌 로베이 (Michael Eisen and Ellen Robey, UC Berkeley professors of molecular and cell biology)의 도움을 받아 톡소플라즈마 감염이 쥐가 가지고 있는 고양이에 대한 두려움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연구 했습니다. 


 감염된 쥐는 이전에 알려진 것 처럼 고양이의 냄새 (특히 소변 냄새) 에 무감각해집니다. 후각에 많이 의존하는 쥐에서 이는 고양이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크게 감소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 연구에서 새로운 점은 이것이 생각보다 오래 지속된다는 점입니다. 이와 같은 행동의 변화는 4 개월간 지속될 수 있었으며 심지어 톡소포자충 감염이 사라진 후에도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잉그램은 이 행동의 변화를 아래의 사진 한장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Researchers found that mice's lack of fear of cats persisted even when inflammation markers or cysts could not be detected in mice. (Credit: Wendy Ingram and Adrienne Greene))  


(고양이과 생물은 톡소포자충이 증식이 가능한 종숙주이지만 cyst 형태로 다른 동물에도 감염되어 다시 인체 감염이 가능함. Credit : CDC )




 연구에 참여한 Michael B. Eisen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적어도 기생충이 직접 뇌의 특정 부위에 물리적 영향을 주어서 쥐의 행동을 변화시킨다는 가설은 기각되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왜냐하면 기생충이 사라지고도 행동이 유지되므로) 과연 어떤 메카니즘으로 이 기생충이 이렇게 숙주 (고양이) 를 돕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연구팀은 단세포 기생충이 인간보다 뇌의 메카니즘을 더 잘 이해하고 있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톡소포자충 자체는 고양이 입장에서는 영양분을 빨아 먹는 기생충이긴 한데 이렇게 고양이에게 이로운 일도 한다면 공생 관계로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아무튼 재미있는 연구 결과 같습니다. 엉뚱한 생각이지만 아마도 아래 친구 중 적어도 제리는 톡소플라즈마에 감염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네요. 





 참고 

Journal Reference:

  1. Wendy Marie Ingram, Leeanne M. Goodrich, Ellen A. Robey, Michael B. Eisen. Mice Infected with Low-Virulence Strains of Toxoplasma gondii Lose Their Innate Aversion to Cat Urine, Even after Extensive Parasite Clearance. PLoS ONE, 2013; 8 (9): e75246 DOI:10.1371/journal.pone.0075246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R 스튜디오 설치 및 업데이트

 R을 설치한 후 기본으로 제공되는 R 콘솔창에서 코드를 입력해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기 보다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R 개발환경인 R 스튜디오가 널리 사용됩니다. 오픈 소스 무료 버전의 R 스튜디오는 누구나 설치가 가능하며 편리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R을 위한 IDE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습니다.    https://www.rstudio.com/  다운로드 R 이나 혹은 Powerful IDE for R로 들어가 일반 사용자 버전을 받습니다. 오픈 소스 버전과 상업용 버전, 그리고 데스크탑 버전과 서버 버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오픈 소스 버전에 데스크탑 버전을 다운로드 받습니다. 상업 버전의 경우 데스크탑 버전의 경우 년간 995달러, 서버 버전은 9995달러를 받고 여러 가지 기술 지원 및 자문을 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데스크탑 버전을 설치하는 과정은 매우 쉽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스톨은 윈도우, 맥, 리눅스 (우분투/페도라)에 따라 설치 파일이 나뉘지만 설치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R은 사전에 반드시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R 스튜디오만 단독 설치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죠.   설치된 R 스튜디오는 자동으로 업데이틀 체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R 스튜디오에서 Help 로 들어가 업데이트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업데이트 할 내용이 없다면 최신 버전이라고 알려줄 것이고 업데이트가 있다면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R의 업데이트와 R 스튜디오의 업데이트는 모두 개별적이며 앞서 설명했듯이 R 업데이트는 사실 기존 버전과 병행해서 새로운 버전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입니다. R 스튜디오는 실제로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버전을 지워줄 필요는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