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187 - 허블 우주 망원경이 관측한 가장 밝은 퀘이사




 1959 년 천문학자 앨런 샌디지 (Allan Sandage) 는 3C 273 이라는 전파원을 발견했습니다. 이 명칭은 3차 캠브릿지 전파원 카탈로그 (3rd Cambridge Catalog of Radio Source) 즉 3C 의 273 번째 천체라는 의미였습니다. 발견 당시에는 몰랐던 일이지만 추가 관측을 통해 이 천체가 카탈로그에 실린 다른 전파 발생원과는 완전히 다른 천체라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1963 년 슈미트 (Maartan Schmit) 와 오크 (Bev Oke) 는 네이처에 실린 논문을 통해 이 천체의 적색 편이가 무려 0.158 로 지구에서 적어도 수십억 광년 떨어진 물체라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관측이 가능하다면 이 천체는 매우 밝은 천체임이 분명한데 그 크기는 별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따라서 이 천체에는 준 항성 전파원이라는 의미의 퀘이사 (Quasar : quasi-stellar radio source) 라는 명칭이 붙었습니다.  


 오늘날 수많은 퀘이사들이 발견되었고 당시에는 미스테리하게만 생각했던 정체도 어느 정도는 규명이 된 상태입니다. 퀘이사의 정체는 매우 왕성하게 물질을 흡수하는 중인 은하 중심 블랙홀입니다. 워낙 막대한 물질이 빨려들어가면서 주변으로는 거대한 강착 원반이 형성되며 강착 원반의 수직 방향으로는 막대한 에너지를 가진 제트가 뿜어져 나오게 됩니다. 멀리서 이를 관측하게 되면 거의 항성만한 크기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것으로 보이게 됩니다.  


(은하 중심 블랙홀에 대해서는 이전 포스트 참조  http://blog.naver.com/jjy0501/100200430952  )


 세월이 흘러 수많은 퀘이사들이 발견되었지만 지금까지 발견된 퀘이사 가운데 가장 밝은 퀘이사는 3C 273 입니다. 가장 밝은 퀘이사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발견되었던 것이겠죠. 아무튼 발견된지 오래 되었고 상세한 관측이 이뤄진 덕분에 3C 273 에 대해서는 많은 것들이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허블 우주 망원경은 3C 273 를 세밀하게 관측해 지금까지 얻어진 것 가운데 가장 밝은 퀘이사의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보통은 상상도로 그려지거나 사진에서 작은 점으로 표시되는 퀘이사이지만 3C 273 은 25 억 광년이라는 거리를 뛰어넘어 허블 망원경 이미지에 생생하게 포착되었습니다. 여기에 이 블랙홀에서 나오는 제트의 모습까지 같이 포착되었습니다.  



(퀘이사 3C 273 의 허블 우주 망원경 사진  This image from Hubble’s Wide Field and Planetary Camera 2 (WFPC2) is likely the best of ancient and brilliant quasar 3C 273, which resides in a giant elliptical galaxy in the constellation of Virgo (The Virgin). Its light has taken some 2.5 billion years to reach us. Despite this great distance, it is still one of the closest quasars to our home. It was the first quasar ever to be identified, and was discovered in the early 1960s by astronomer Allan Sandage.
The term quasar is an abbreviation of the phrase “quasi-stellar radio source”, as they appear to be star-like on the sky. In fact, quasars are the intensely powerful centres of distant, active galaxies, powered by a huge disc of particles surrounding a supermassive black hole. As material from this disc falls inwards, some quasars — including 3C 273 — have been observed to fire off super-fast jets into the surrounding space. In this picture, one of these jets appears as a cloudy streak, measuring some 200 000 light-years in length.
Quasars are capable of emitting hundreds or even thousands of times the entire energy output of our galaxy, making them some of the most luminous and energetic objects in the entire Universe. Of these very bright objects, 3C 273 is the brightest in our skies. If it was located 30 light-years from our own planet — roughly seven times the distance between Earth and Proxima Centauri, the nearest star to us after the Sun — it would still appear as bright as the Sun in the sky.
, 10:00:00   Credit : ESA/Hubble & NASA )  


 퀘이사 3C 273 은 퀘이사 중에서는 지구에서 비교적 가까워서 약 25 억 광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겉보기 등급이 12.9 에 달하는데 이것은 보통의 은하보다 수백 수천배가 밝은 것입니다. 만약 이 퀘이사가 지구에서 30 광년 떨어진 위치에 있다면 태양만큼이나 밝게 보일 것입니다.  


 물론 그런 거대 블랙홀 옆에 있다면 지구와 태양의 운명은 그다지 밝지는 못하겠죠. 잘못해서 블랙홀 안쪽으로 빨려들어가면 산산조각이 나서 원자 수준으로 갈린 후 사상의 지평면 아래로 흡수되던지 아니면 강력한 제트 속에서 아원자 수준으로 분해되어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우주 공간으로 뿜어져 나올 것입니다. 멀리서 이 광경을 보는 외계인이 있다면 지구가 갈려 나오는지는 모르고 우리처럼 자연의 경이에 감탄하겠지만 말이죠.   


 이 사진에서는 퀘이사의 제트의 모습까지 확실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가운데 빛나는 별같은 퀘이사 옆으로 물감을 흘린 것처럼 보이는 불규칙한 선이 있는데 제트에 의해 뿜어져 나온 물질이 관측되는 것입니다. 이 길이는 무려 20만 광년에 달한다고 합니다. 퀘이사가 제트까지 선명하게 가시광 영역에서 관측이 가능한 경우는 드물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사진은 그 드문 광경이 아주 생생하게 잘 찍혀 있습니다.  


 퀘이사 3C 273 은 거대한 타원 은하를 배경은하로 가지고 있습니다. 이 은하는 겉보기 등급이 16 인데 퀘이사는 겉보기 등급이 12.9 입니다. 대개 퀘이사는 은하보다 훨씬 밝습니다. 아마 이것은 은하 중심 블랙홀이 가지는 엄청난 에너지를 말해주는 것이겠죠. (위의 사진은 2013 년 11월 18일 공개된 것입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R 스튜디오 설치 및 업데이트

 R을 설치한 후 기본으로 제공되는 R 콘솔창에서 코드를 입력해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기 보다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R 개발환경인 R 스튜디오가 널리 사용됩니다. 오픈 소스 무료 버전의 R 스튜디오는 누구나 설치가 가능하며 편리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R을 위한 IDE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습니다.    https://www.rstudio.com/  다운로드 R 이나 혹은 Powerful IDE for R로 들어가 일반 사용자 버전을 받습니다. 오픈 소스 버전과 상업용 버전, 그리고 데스크탑 버전과 서버 버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오픈 소스 버전에 데스크탑 버전을 다운로드 받습니다. 상업 버전의 경우 데스크탑 버전의 경우 년간 995달러, 서버 버전은 9995달러를 받고 여러 가지 기술 지원 및 자문을 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데스크탑 버전을 설치하는 과정은 매우 쉽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스톨은 윈도우, 맥, 리눅스 (우분투/페도라)에 따라 설치 파일이 나뉘지만 설치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R은 사전에 반드시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R 스튜디오만 단독 설치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죠.   설치된 R 스튜디오는 자동으로 업데이틀 체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R 스튜디오에서 Help 로 들어가 업데이트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업데이트 할 내용이 없다면 최신 버전이라고 알려줄 것이고 업데이트가 있다면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R의 업데이트와 R 스튜디오의 업데이트는 모두 개별적이며 앞서 설명했듯이 R 업데이트는 사실 기존 버전과 병행해서 새로운 버전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입니다. R 스튜디오는 실제로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버전을 지워줄 필요는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