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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아도 적어도 고민인 외환 보유고




 최근 (2013 년 11월 5일) 한국 은행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외환 보유고가 사상 최대치인 3432 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달 대비로도 63 억 달러가 증가한 셈인데 기존 외환 기금은 운용 수익에 유로화 강세로 말미암아 보유한 유로화의 달러 표시 가치가 저절로 오르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합니다. 일단 쉽게 생각하면 국가의 외화 곳간이 넉넉한 셈이라 안심도 되고 좋은 일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사실 세상일이 그다지 간단하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죠. 세상에 꽁짜 점심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외환 보유고는 그냥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누군가 그 비용을 (기회 비용 포함) 대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나라의 외환 보유고는 지난 2008 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로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2009 년 말 2699 억 달러이던 외환 보유액은 2010 년 말 2915 억 달러, 2011 년 말 3064 억 달러, 2012 년 말 3297 억 달러를 넘었고 2013 년 10월에는 3432 억 3000 만 달러에 이르른 상태입니다. 이는 특별회계상 국가 1 년 예산에 맞먹는 엄청난 액수입니다. 이를 두고 과연 적정한 액수인가라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일단 지난 10월 30일 미국 재무부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필요 이상의 외환 보유고를 쌓아두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우리 정부는 그냥 우리식으로 가겠다는 반응입니다. 현재 우리 나라는 세계에서 7 번째로 많은 외환 보유고를 가지고 있는데 교역 규모나 외환 자금 필요에 비해 외환 보유고가 크지는 않다는 것이 자체 분석입니다. ( 참고로 2013 년 9월말 현재 외환 보유고 규모는 중국(3조6천627억달러) 일본(1조2천734억달러), 스위스(5천300억달러), 러시아(5천226억달러), 대만(4천126억달러), 브라질(3천687억달러) 순 )


 한나라의 외환 보유고가 적정한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누구도 100% 정답을 이야기할 순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다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들의 경우 지난 90 년대의 외환 위기의 추억 (?) 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많은 돈을 손에 쥐고 있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종의 학습효과라고 할 수 있는 일이죠.  


 한국의 경우 당연히 1997 년의 기억이 외환 보유고를 늘리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그 이후 외평채라고 부르는 외국환평형기금 채권이 외환 보유고 증가에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는데 한마디로 외화 (주로는 달러) 표시 국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즉 나라에서 달러 표시 부채를 지는 셈이죠. (아래 표 참조. 크게 보려면 클릭)   



(외환 보유액 추이. 외환 보유액은 단위가 억달러.  출처 : e 나라지표)  



(대외채무 추이. 단위 억달러    출처 :  e 나라지표 )   



(국가 채무 추이. 단위 조원. 2013 년 이후는 추정치.    출처 : e 나라지표)


 외환 시장 안정용이라는 명칭이 붙은 국가 채무는 바로 외평채입니다. 2013 년 9월에도 10 억달러 정도 되는 외평채를 새로 발행했는데 발행금리 4.023%, 표면 금리는 3.875% 입니다. 2012 년말 이로 인한 국가 채무는 153 조원에 달하는데 앞으로 재정운용 계획에 의하면 2017 년에는 235 조원에 달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건 새로 신규 발행하는 외평채의 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아무튼 이미 발행된 외평채에 대한 이자는 꼬박꼬박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빚이 발생하면서 점차 이 부분 부채가 커지고 있습니다. 사실상 일반회계 채무랑 맞먹는 수준이죠.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2 년 외국환 평형 기금 채권 손실은 5조 9000 억원이라고 합니다. 외평채를 발행해서 조달한 외환 자금은 대부분 미국 국채처럼 외평채 보다 이자가 낮은 상품에 투자하게 되는데 원금을 잃어버릴 걱정이 없으면서 위급시 빨리 현금화가 가능한 자금을 보유하는 게 목적인 만큼 이 부분에서 필연적으로 손실이 발생하게 됩니다.  


  즉 외환 보유고라고 해면 은행 계좌 처럼 이자를 받던지 아니면 금고 속에 쌓아둔 돈 같은 개념으로 생각을 하시는 분이 많지만 사실은 상당 부분은 나라 빚이고 우리가 이자를 줘야 합니다. 물론 그 돈은 모두 국민들 부담이죠. 따라서 외환 보유고가 많다고 무조건 좋은게 아닙니다. 단지 외국돈을 가지고 있기 위해서 나라에서 막대한 빚을 지고 있고 여기에 대해서 이자까지 지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참고로 각 세부 사항은 공개하지 않지만 외환 보유고의 대부분은 유가 증권입니다. 지난 10월 기준으로유가증권이 3천107억5천만달러(90.5%), 예치금이 216억6천만달러(6.3%), 금이 47억9천만달러(1.4%),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34억9천만달러(1.0%), IMF포지션 25억3천만달러(0.7%)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유가 증권 중 상당 부분은 빠르게 환전할 수 있고 안전성이 높은 미국 채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


 물론 외환보유고는 외평채 발행액 보다 더 큽니다. 왜냐하면 한국은행에서 직접 원화를 주고 달러를 사들이는 돈도 있기 때문이죠. 목적은 환율을 안정시키고 비상시 필요한 외환 보유고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지만 이것 역시 비용이 들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솔직히 돈을 더 유용한 곳에 쓸수도 있는데 그냥 외국돈을 가지고 있기 위해 수익성 낮은 상품에 투자하므로써 발생하는 막대한 기회 비용의 손실도 감안해야 합니다.  

 따라서 너무 많은 외환 보유고를 지니는 건 어리석지만 또 외환 위기 상황이나 디폴트 위기 상황이 오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에 일단 손해를 보더라도 보험용으로 외환 보유고를 넉넉하게 가지고 있자는게 현재의 상황입니다. 그러면 대체 얼마를 가지고 있어야 안전한 것일까요 ? 사실 누구도 확답을 해줄 수 없는 문제입니다. (물론 몇가지 산출하는 기준이 있기는 하지만... 절대적인 기준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은 단기 외채 (만기 1 년 미만 외채) 가 현재 1200 억 달러 정도 있습니다. (2012 년 말 1268 억 달러, 외환 보유고 대비 38.8%) 갑자기 한국에서 자금을 회수할 경우라도 충분히 대비가 가능하지만 만약 외국 자본이 갑자기 모든 주식을 처분하고 떠나려고 한다면 외환 보유고가 모자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일이 진짜로 발생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다는 점에서 생각하면 지금 외환 보유고가 꼭 지나치게 많은 건 아닐 수도 있죠.  


 많으면 뭔가 손해보는 것 같고 적으면 불안한 외환 보유고는 아마 앞으로 당분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한은의 예측에 의하면 올해 경상 수지 흑자 예상은 630 억 달러로 GDP의 5.2 - 5.3 %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막대한 경상 수지 흑자에 외국인 자금이 증시로 몰리면서 원화 가치가 강세를 띄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일 수 밖에 없겠죠. 결국 외환 보유고는 더 늘어날 공산이 큽니다.  


 사실 다른 국가들도 대부분 외환 보유고를 늘리고 있고 오랬동안 경상 수지 흑자가 지속된 중국 일본은 외환 보유고 규모가 엄청난 수준입니다. 거기에 비해면 우리는 지나치게 많은 건 아닐 수도 있겠죠. 적정 외환 보유고 수준은 사실 누구도 확답을 주기 힘들지만 아무튼 너무 적으면 안 되는 건 확실합니다. 지금 우리 외환 보유고는 적어도 크게 모자라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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