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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바다괴물들의 색을 복원하다.



 화석 발굴 결과를 토대로 복원한 공룡을 비롯한 고대 생물들은 다양한 피부색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 이것들은 상상의 결과입니다. 왜냐하면 실제로 피부 색깔이 어땠는지 화석에는 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이죠. 당시 살았던 생물들의 피부 색은 단순히 복원도를 그릴 때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 동물이 어떻게 위장을 했는지, 그리고 짝짓기를 위한 독특한 외모를 하고 있었는지 판단할 때 도움이 되긴 하지만 이를 복원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로 여겨져 왔습니다. 


 최근 스웨덴 룬드 대학 (Lund University, Sweden) 의 막스 4 실험실 (MAX IV Laboratory) 의 연구자들과 SP Technical Research Institute of Sweden 의 연구자들은 이 어려운 과제에 도전해서 성과를 얻었다고 합니다. 이전에도 몇몇 고대 화석들의 색상을 복원하려는 시도가 있어왔으나 멸종 해양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하네요. 


 이들이 대상으로 삼은 것은 5500 만년전의 장수거북이 (leatherback turtle), 8500 만년전의 모사사우루스(mosasaur), 1억 9600 만년에서 1억 9000 만년 사이에 있었던 어룡 (ichthyosaur) 의 화석입니다. 연구의 주저자인 룬드 대학의 요한 린드그렌 (Johan Lindgren) 과 그의 동료들은 - 미국, 덴마크, 영국 등 국제 과학자팀이 여기에 협력했음 - 이 화석들에서 아주 미세한 구조들을 분석했습니다. 


 이들이 분석한 화석의 미세구조에는 사체를 부패시키는데 관여했던 박테리아들의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화석을 다시 분석한 결과 마이크로미터 (micrometer, 1/1000 mm) 단위의 화석 흔적에 이 동물들이 살아있을 때 존재했던 멜라노좀 (melanosome) 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세포 소기관들은 좀처럼 흔적으로 남지 않기 때문에 놀라운 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무튼 이 흔적을 바탕으로 연구팀은 아마도 이 동물들이 살아 있을 때 어두운 색상의 피부색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위장 (camouflage) 일 뿐 아니라 유해한 자외선으로 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재의 등푸른 생선이나 등쪽이 어두운 색상인 바다 생물처럼 말이죠. 



(이번 결과를 토대로 복원한 고대의 장수거북, 모사사우루스, 어룡  Preserved pigment in fossilized skin from a leatherback turtle, a mosasaur and an ichthyosaur suggests that these animals were, at least partially, dark-colored in life -- an example of convergent evolution. Note that the leatherback turtle and mosasaur have a dark back and light belly (a color scheme also known as countershading), whereas the ichthyosaur, similar to the modern deep-diving sperm whale, is uniformly dark-colored. (Credit: Illustration by Stefan Sølberg) ) 



 위의 바다 괴수들 가운데 모사사우루스는 종류에 따라서 최대 몸길이가 15 미터에 달하는 것도 있었으며 어룡의 경우에는 지금의 돌고래 만한 것부터 더 거대한 종류까지 다양했습니다. (생김새는 돌고래 같지만) 앞의 두 동물은 모두 백악기말에 멸종했기 때문에 현재 후손들의 색상으로 당시 어떤 색을 가지고 있었는지 추정을 할 수 없지만 장수거북은 이름처럼 정말 장수해서 지금도 그 후손들이 살아 있습니다. 


 장수거북 ( Dermochelys 속) 은 현생 거북이 가운데서 가장 큰 것으로 대략 1억 1000 만년전 그 조상이 탄생한 후 지금까지 꿋꿋이 살아나가고 있습니다. 이들의 검은 등딱지는 바다에서 쉽게 태양빛을 흡수해서 체온을 올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즉 색상이 이들의 생존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죠. 아마도 다른 바다 파충류였던 모사사우루스와 어룡 역시 비슷한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한편 연구팀에 의하면 적어도 몇종의 익룡은 거의 전신이 검은색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이들이 이런 색을 가지게 된 것은 어쩌면 현재의 향유고래와 비슷한 이유일지도 모른다고 연구팀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즉 향유 고래는 아주 깊은 바다까지 잠수해 먹이를 찾는데 그 사이사이 얕은 바다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혹은 수면위로 나와서 숨을 쉽니다. 그동안 자외선에서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많은 멜라닌 색소를 가지게 진화한 것이죠. 따라서 연구팀은 어룡 역시 깊은 바다로 잠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겠지만 피부색을 통해서 생각 이상으로 많은 사실들을 알아낼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이 연구는 Nature 에 실렸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Johan Lindgren, Peter Sjovall, Ryan M. Carney, Per Uvdal, Johan A. Gren, Gareth Dyke, Bo Pagh Schultz, Matthew D. Shawkey, Kenneth R. Barnes, Michael J. Polcyn. Skin pigmentation provides evidence of convergent melanism in extinct marine reptiles. Nature, 2014; DOI:10.1038/nature12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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