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가장 오래된 육상 최상위 포식자의 이빨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이들에게는 적어도 한가지 이상 강력한 무기가 있습니다. 이것은 생명의 역사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날카로운 이빨이든 단단한 갑옷이든 간에 뭔가 생존에 필요한 무기가 없다면 곧 도태되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으로부터 2억 9800 만년전에서 2억 2720 만년전 육상 최강의 포식자였던 디메트로돈 (Dimetrodon) 속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두 종류의 이빨이란 명칭의 디메트로돈은 페름기 초반에 지금의 북미 대륙에서 번성했던 초기 단궁류 (synapsid) 로 진화적으로 보면 포유류의 조상 그룹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들은 과거 포유류형 파충류라든지 반룡류 (Pelycosaur) 라고 불렀던 그룹으로 단궁류에서도 스페나코돈트과 (Sphenacodontidae) 에 속합니다. 


 이보다 이후에 나타난 단궁류의 그룹이 수형류 (Therapsida) 로 직접적인 포유류의 조상그룹이라고 생각되는데 디메트로돈 속 자체는 완전히 멸종되었지만 초기 단궁류의 후손들은 수형류 그룹에서 살아남아 중생대에 우리가 아는 형태의 포유류로 진화하게 됩니다. 


 이와같은 진화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디메트로돈은 도마뱀 같은 외형과 거대한 돛의 존재로 인해 대중 문화에서는 공룡의 일종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당시 육상 포식자 중에는 가장 거대한 4.6 미터 크기까지 자랄 수 있었고 체중도 최대 250 kg 까지 커질 수 있는 (D. angelensis 의 경우) 육식 동물이였기 때문이죠.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포유류 쪽에 더 가까운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메트로돈의 복원도. 이 고생대 포식자는 특히 등위에 있는 거대한 돛의 존재로 인해서 더 유명함.  This is an artist impression of a Dimetrodon. Credit: Danielle Dufault )



(디메트로돈의 골격. 크고 강력한 이빨은 디메트로돈의 중요한 무기였을 것임  A dimetrodon skeleton. National Museum of Natural History, Washington, D.C. Jeff Kubina from Columbia, Maryland  )


 앞서 이야기한 것 처럼 디메트로돈은 두 종류의 이빨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쪽에는 크고 날카로운 이빨이 있으며 뒤에는 이보다 좀 작은 이빨이 존재합니다. 이 이빨이야 말로 의심할 필요 없이 디메트로돈이 고생대 말의 최상위 포식자가 된 가장 큰 무기였을 것입니다. 


 최근 토론토 대학의 대학원생 커스틴 브링크 (Kirstin Brink) 와 생물학과 교수인 로버트 레이스 (Professor Robert Reisz from U of T Mississauga's Department of Biology) 는 디메트로돈의 이빨이 크기만 한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무기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들에 의하면 디메트로돈의 이빨 표면에는 톱니 모양의 날이 있어서 먹이의 살을 좀더 효과적으로 잘라냈을 것이라고 합니다. 



(디메트로돈의 이빨에는 톱니 모양의 홈이 있어서 현대의 스테이크 나이프 처럼 고기를 더 잘 썰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This is a Dimetrodon skull with histological thin section tooth detail by Danielle Dufault. Credit: Danielle Dufault )


 연구자들은 주사 전자 현미경 SEM (scanning electron microscope) 을 기술을 이용해서 지금까지 얻어진 것 가운데 가장 세밀한 이빨의 조직학적 사진을 얻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디메트로돈의 치아는 생각했던 것 보다 포유류와 비슷했습니다. 


 이 연구에 의하면 디메트로돈은 교두가 있는 이빨 (cusps - teeth) 과 denticles 을 처음으로 진화시킨 육상 척추동물으로 수각류 (Terapod) 공룡보다 4000 만년 앞서 톱니 모양 이빨 (serrated teeth) 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 디메트로돈 속에 해당하는 종들의 이빨을 비교해본 결과 2500 만년 정도의 시기를 통해 두개골의 큰 변화없이도 이빨은 다양하게 진화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디메트로돈은 보통은 등에 달린 돛과 큰 크기 때문에 자연사 박물관이나 공룡 테마 파크 (공룡은 아니지만) 에서 환영받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이 동물의 진가는 사실 이빨쪽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드네요. 다른 쪽으로 생각하면 먹고 사는 문제는 거의 3 억년전의 최상위 포식자에게도 고달픈 문제인 만큼 생각보다 진보된 이빨을 진화시킨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이 연구는 Nature Communications 에 실렸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Kirstin S. Brink, Robert R. Reisz. Hidden dental diversity in the oldest terrestrial apex predator Dimetrodon. Nature Communications, 2014; 5 DOI:10.1038/ncomms4269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R 스튜디오 설치 및 업데이트

 R을 설치한 후 기본으로 제공되는 R 콘솔창에서 코드를 입력해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기 보다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R 개발환경인 R 스튜디오가 널리 사용됩니다. 오픈 소스 무료 버전의 R 스튜디오는 누구나 설치가 가능하며 편리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R을 위한 IDE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습니다.    https://www.rstudio.com/  다운로드 R 이나 혹은 Powerful IDE for R로 들어가 일반 사용자 버전을 받습니다. 오픈 소스 버전과 상업용 버전, 그리고 데스크탑 버전과 서버 버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오픈 소스 버전에 데스크탑 버전을 다운로드 받습니다. 상업 버전의 경우 데스크탑 버전의 경우 년간 995달러, 서버 버전은 9995달러를 받고 여러 가지 기술 지원 및 자문을 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데스크탑 버전을 설치하는 과정은 매우 쉽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스톨은 윈도우, 맥, 리눅스 (우분투/페도라)에 따라 설치 파일이 나뉘지만 설치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R은 사전에 반드시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R 스튜디오만 단독 설치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죠.   설치된 R 스튜디오는 자동으로 업데이틀 체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R 스튜디오에서 Help 로 들어가 업데이트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업데이트 할 내용이 없다면 최신 버전이라고 알려줄 것이고 업데이트가 있다면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R의 업데이트와 R 스튜디오의 업데이트는 모두 개별적이며 앞서 설명했듯이 R 업데이트는 사실 기존 버전과 병행해서 새로운 버전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입니다. R 스튜디오는 실제로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버전을 지워줄 필요는

R 패키지 설치 및 업데이트 오류 (1)

 R 패키지를 설치하거나 업데이트 하다보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 경우 아예 R을 재설치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이렇게해도 해결이 안되고 계속해서 사용자는 괴롭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중 하나를 소개합니다.  새로운 패키지를 설치, 혹은 업데이트 하는 과정에서 같이 설치하는 패키지 중 하나가 설치가 되지 않는다는 메세지가 계속 나왔는데, 사실은 백신 프로그램 때문이었던 경우입니다.   dplyr 패키지를 업데이트 하려고 했는데,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설치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일부 패키지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는다는 메세지가 나왔습니다.  > install.packages("dplyr") Error in install.packages : Updating loaded packages > install.packages("dplyr") Installing package into ‘C:/Users/jjy05_000/Documents/R/win-library/3.4’ (as ‘lib’ is unspecified) also installing the dependencies ‘bindr’, ‘bindrcpp’, ‘Rcpp’, ‘rlang’, ‘plogr’ trying URL ' https://cran.rstudio.com/bin/windows/contrib/3.4/bindr_0.1.1.zip ' Content type 'application/zip' length 15285 bytes (14 KB) downloaded 14 KB trying URL ' https://cran.rstudio.com/bin/windows/contrib/3.4/bindrcpp_0.2.2.zip ' Content type 'application/zip' length 620344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