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태양계 이야기 221 - 과연 우리는 화성 미생물의 흔적을 발견했는가



 지난 1996 년 나사의 데이빗 맥케이 (David McKay) 와 그의 동료들이 발표한 내용은 과학계에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지금도 기억하시는 분이 있으실지 모르겠지만 바로 Allan Hills 84001 혹은 ALH 84001 이라고 불리는 지구에 떨어진 화성 암석에서 미생물로 생각되는 흔적을 찾아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만약에 진짜로 화성 생명체의 흔적이라면 인류 역사에 남을 만한 과학적 쾌거지만 회의적인 과학자들을 설득하는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분명 화성에 충돌한 대형 운석에 의해 화성 암석이 우주로 튕겨나갈 수도 있고 그것이 지구로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운석에서 발견된 것이 진짜 생명체의 흔적인지 입증하는 일은 이 운석의 기원이 화성이라고 증명하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힘든 일이었습니다. 특히 전자 현미경에서 보이는 구조물이 진짜 미생물 기원인지 입증하기는 아직 어렵다는 것이 현재 과학계의 전반적인 의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ALH 84001 에서 미생물의 흔적이라고 생각하는 구조물이 발견되지 18 년 후 나사의 과학자팀은 야마토 000593  Yamato 000593 (Y000593) 이라는 또 다른 화성운석에서 생물학적 과정의 결과로 보이는 미세구조를 발견하고 이를 학계에 발표했습니다. 이들의 발견은 오래된 과학계의 논쟁을 되살리고 있습니다.



(Y000593 에서 발견된 미세 구조. 미세 테널 구조가 과연 생물학적 활동의 결과일까 ?   Microtunnels in Yamato Meteorite From Mars.  This scanning electron microscope image of a polished thin section of a meteorite from Mars shows tunnels and curved microtunnels. The clay mineral iddingsite is present in this meteorite, named Yamato 000593, which was found in Antarctica in 2000 and identified as originating from Mars. The scale bar at lower left is 2 microns.  Credit : NASA )  



(구슬 같은 모양의 구조물은 이딩사이트라는 암석 (물에서 생성됨) 의 구조물로 붉은 원안에는 이런 구조물이 없는 파란색 원안보다 2 배 많은 탄소의 존재가 발견됨  Spheroidal Features in Yamato Meteorite From Mars. This scanning electron microscope image shows spheroidal features embedded in a layer of iddingsite, a mineral formed by action of water, in a meteorite that came from Mars. An area with the spheres, circled in red, was found to have about twice as much carbon present as an area (circled in blue) without the spheres. This meteorite, named Yamato 000593, was found in Antarctica in 2000 and identified as originating from Mars. The scale bar at lower left is 1 micron. Credit : NASA )


 야마토 000593 은 2000 년에 일본 탐사팀이 남극 야마토 빙하에서 발견한 운석으로 약 13.7 kg 정도 되는 중량을 지닌 운석입니다. (중량으로 봤을 때는 역대 2 번째로 큰 화성 운석) 2013 년 까지 약 120 개 정도의 화성 운석이 지구에서 발견되었는데 비록 운석에 원산지 표시가 붙어있지는 않지만 과학자들은 그 구성 성분과 동위원소 성분을 바탕으로 이 운석들이 화성에서 기원했음을 추정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예를 들면 2013 년 화성 로버 큐리오시티의 대기 중 아르곤 가스 분석 결과를 토대로 과학자들은 현재 화성 운석이라고 믿고 있는 운석들이 실제 화성 기원라는 점을 다시 입증하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주저자인 JPL 의 로렌 화이트 (Lauren White) 를 비롯해서 나사의 다른 과학자들은 (이들 중에는 맥케이 박사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2013 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하네요.) 이 운석을 분석한 결과 여기에서 생명 활동의 징후가 의심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금까지의 다양한 분석 결과 과학자들은 이 암석이 대략 화성에서 13 억년 용암으로 부터 형성되었으며 1200 만년전의 운석 충돌로 화성에서 튕겨져 나왔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지구에 착륙한 것은 약 5 만년 전으로 보인다고 하네요. 따라서 이 운석에는 과거 살았을 지 모르는 화성 생명의 징후가 남아 있을 수도 있습니다. 


 연구팀이 화성 생명의 징후로 의심하는 흔적은 위의 두 사진에 나와있습니다.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작은 마이크로 채널의 존재와 작은 블루베리 같은 구조물은 각각 미생물에 의한 '생물학적 작용 (Biotic activity)' 이 이 암석에 존재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연구팀은 이 흔적들이 결정적인 스모킹 건 (smoking gun : 사건을 해결하는 결정적인 증거나 단서) 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즉 이것만 가지고 이 암석이 화성에서 미생물과 함께 살았다고 보기에는 아직 모자라다는 것이죠. 연구팀은 신중하게 이런 구조물이 비생물학적 작용 (abiotic activity) 를 통해서 생겼거나 혹은 지구에서 오염되었을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다만 앞으로 이와 같은 흔적을 다른 화성 암석에서 발견할 수 있는지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사실 우리가 ALH 84001 에서 본 것이나 혹은 Yamato 000593  에서 본 것 모두가 진짜 생명의 징후일 수도 있습니다. 미래에 이것이 확인된다면 이 연구는 선구적인 연구로 남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과학이라는 것은 확실한 증거를 요구하게 마련입니다.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아마도 지구가 아니라 화성에서 발견될 수 밖에 없습니다. 화성에서 직접 미생물을 찾아내거나 의심할 수 없는 수준의 미생물 화석이 발견된다면 화성에 한 때 생명체가 살았거나 지금도 살고 있다고 입증할 수 있겠죠. 다만 화성에 미생물을 포함한 생명체가 살았던 적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어느쪽이 맞는지 결론을 내기 위해서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s:
  1. Lauren M. White, Everett K. Gibson, Kathie L. Thomas-Keprta, Simon J. Clemett, David S. McKay. Putative Indigenous Carbon-Bearing Alteration Features in Martian Meteorite Yamato 000593. Astrobiology, 2014; 14 (2): 170 DOI:10.1089/ast.2011.0733
  2. D. S. McKay, E. K. Gibson, K. L. Thomas-Keprta, H. Vali, C. S. Romanek, S. J. Clemett, X. D. F. Chillier, C. R. Maechling, R. N. Zare. Search for Past Life on Mars: Possible Relic Biogenic Activity in Martian Meteorite ALH84001.Science, 1996; 273 (5277): 924 DOI: 10.1126/science.273.5277.924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R 스튜디오 설치 및 업데이트

 R을 설치한 후 기본으로 제공되는 R 콘솔창에서 코드를 입력해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기 보다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R 개발환경인 R 스튜디오가 널리 사용됩니다. 오픈 소스 무료 버전의 R 스튜디오는 누구나 설치가 가능하며 편리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R을 위한 IDE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습니다.    https://www.rstudio.com/  다운로드 R 이나 혹은 Powerful IDE for R로 들어가 일반 사용자 버전을 받습니다. 오픈 소스 버전과 상업용 버전, 그리고 데스크탑 버전과 서버 버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오픈 소스 버전에 데스크탑 버전을 다운로드 받습니다. 상업 버전의 경우 데스크탑 버전의 경우 년간 995달러, 서버 버전은 9995달러를 받고 여러 가지 기술 지원 및 자문을 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데스크탑 버전을 설치하는 과정은 매우 쉽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스톨은 윈도우, 맥, 리눅스 (우분투/페도라)에 따라 설치 파일이 나뉘지만 설치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R은 사전에 반드시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R 스튜디오만 단독 설치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죠.   설치된 R 스튜디오는 자동으로 업데이틀 체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R 스튜디오에서 Help 로 들어가 업데이트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업데이트 할 내용이 없다면 최신 버전이라고 알려줄 것이고 업데이트가 있다면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R의 업데이트와 R 스튜디오의 업데이트는 모두 개별적이며 앞서 설명했듯이 R 업데이트는 사실 기존 버전과 병행해서 새로운 버전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입니다. R 스튜디오는 실제로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버전을 지워줄 필요는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