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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와 바이오 에너지의 생산을 높이는 유전자 조작 나무


 오늘날 전세계에 있는 나무의 상당수가 다양한 목적으로 인해 인간들에게 벌채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는 원목 가구나 합판, 종이, 바이오 연료 등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것부터 단순히 화전을 위해 불태워지는 것 까지 매우 다양한데 매년 이로 인해 엄청난 양의 숲이 사라지고 있어 전지구적 생태학적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나무를 자꾸 베는 것도 문제지만 이를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형태의 종이나 펄프로 만드는데도 많은 에너지와 오염 물질이 배출되는 것 역시 큰 문제입니다. 


 브리티쉬 컬럼비아 대학과 위스콘신 메디슨 대학, 미시간 주립 대학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the 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 Michigan State University) 의 연구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나무를 재배할 수 있도록 유전자를 조작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연구의 공저자인 브리티쉬 컬럼비아 대학의 맨스필드 교수 (Shawn Mansfield, a professor of Wood Science at the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에 의하면 원목을 펄프와 종이로 생산하는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 가운데 하나는 식물 세포의 세포벽에 풍부한 물질인 리그닌 (Lignin) 이라는 물질입니다. 이 물질은 하등식물과 수중 식물에서는 발견되지 않지만 육상 고등 식물에서는 셀룰로오스 및 헤미셀룰로오스와 함께 목질화한 식물 부위의 중요한 구성 성분입니다.



(리그닌의 분자 구조식 중 하나  own work from: Glazer, A. W., and Nikaido, H. (1995). Microbial Biotechnology: fundamentals of applied microbiology. San Francisco: W. H. GFDL ver. 1.2 or CC-by-sa ver. 2.5, 2.0, and 1.0 lub Public Domain (PD))  


 리그닌 자체는 목재 중 20 -30 % 에 달할 만큼 많은 양이 포함되어 있으며 복잡하게 중합된 수지상 구조 물질로 나무를 단단하게 목재화 시키는 데 중요한 물질입니다. 그런데 이 물질이 펄프와 종이를 만들 때는 반대로 심각한 장애물로 작용합니다. 리그닌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우리가 매일 일상 생활에서 접하는 흰종이는 만들 수가 없는데, 리그닌을 제거하는 과정 자체가 많은 에너지와 오염을 유발할 뿐 아니라 그  부산물인 리그닌은 역시 처치 곤란한 산업 폐기물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유전자 조작을 통해서 리그닌 함량을 줄이거나 쉽게 분해하려는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이 물질이 나무에 중요하다 보니 이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리그닌 함량이 줄어들면 나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은 리그닌의 함량과 강도는 그대로 유지하되 이 물질이 더 쉽게 분해될 수 있도록 유전자를 변형했습니다. 


 그 결과 새롭게 만든 유전자 조작 나무는 훨씬 적은 에너지와 화학 물질로 펄프를 만들 수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더 쉽게 바이오 연료로 변환시킬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이런 유전자 조작 나무가 마치 유전자 변형 농산물 (GMO) 하나로 앞으로 인간에 의해서 인위적으로 재배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의도대로 인공 숲에 이런 유전자 변형 나무를 심어서 우리에게 필요한 종이나 다른 임업 부산물을 얻는다면 천연 숲과 생태계도 보호하고 동시에 에너지와 폐기물을 덜 만드는 친환경 종이를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널리 사용될 수 있을지는 물론 두고봐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론적으론 그럴 듯 한데 실제로는 별로 그럴듯하지 못한 결과를 얻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죠. 


 한가지 확실한 점은 현재 처럼 전지구적으로 숲과 여기에 의존하는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인구가 증가하고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작물 경작지와 종이, 목재의 수요량이 증가하고 있어 숲을 베어내고 목초지나 경작지를 만드는 추세가 쉽게 반전되지는 않을 듯 합니다.  



덧) 현재 리그닌을 다양한 용도로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에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활용 방법으로 쓰이는 것은 이것을 원료로 연소시켜 열에너지를 만들어 펄프 제조 공정에 있어 필요한 열에너지를 공급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국내 업체들도 이런 방식으로 온실 가스 배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하네요. ( 참고 기사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14&aid=0003135035 )  


 참고 


Journal Reference:
  1. C. G. Wilkerson, S. D. Mansfield, F. Lu, S. Withers, J.-Y. Park, S. D. Karlen, E. Gonzales-Vigil, D. Padmakshan, F. Unda, J. Rencoret, and J. Ralph. Monolignol Ferulate Transferase Introduces Chemically Labile Linkages into the Lignin Backbone. Science, 4 April 2014: 90-93 DOI: 10.1126/science.1250161

http://www.sciencedaily.com/releases/2014/04/140403142031.htm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089382&cid=40942&categoryId=32282

http://en.wikipedia.org/wiki/Lign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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