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태양계 이야기 247 - 실험실에서 재현된 타이탄 대기의 조리법



 토성의 가장 거대한 위성인 타이탄은 지구보다도 더 두터운 대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대기의 대부분 (98.4%) 는 질소이지만 나머지 1.6% 는 메탄을 비롯한 다양한 탄화수소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탄화수소는 태양에너지와 반응해서 다양한 화학물질을 만들어 타이탄을 표면을 볼 수 없는 노란색의 공처럼 보이게 만드는 주범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전 포스트 http://jjy0501.blogspot.kr/2012/07/97-1.html  참조) 


 이런 다양한 탄화 수소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풍미 (flavor) 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물론 독특한 향기가 나기는 하겠지만 타이탄까지의 거리를 생각하면 이것을 맛보거나 향을 맡으려는 시도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나사의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카시니의 복합 적외선 분광기 (Composite Infrared Spectrometer) 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타이탄의 대기의 탄화 수소들을 다시 재현했다고 합니다. 




(In lab experiments NASA scientists matched the spectral signature of an unknown material the Cassini spacecraft detected in Titan's atmosphere at far-infrared wavelengths. The material contains aromatic hydrocarbons that include nitrogen, a subgroup called polycyclic aromatic nitrogen heterocycles.
Image Credit: NASA/Goddard/JPL)


 그 결과 타이탄의 대기속의 화학물질의 상당수는 방향족 화합물 (aromatic compounds : 분자 속에 벤젠 고리를 가진 유기 화합물로 벤젠이나 톨루엔등이 대표적. 독특한 냄새가 나서 방향족이라 불림) 이었다고 합니다. 이 연구팀의 일원인 멜리사 트레이너 (Melissa Trainer, a planetary scientist at 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 in Greenbelt, Maryland) 에 의하면 이제 우리는 타이탄을 뿌옇게 만드는 물질들이 강한 방향성 (strong aromatic character) 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네요.  


 사실 과학자들은 타이탄의 독특한 노란색 대기를 만드는 화학물질에 대해서 오랬동안 연구해 왔습니다. 카시니 탐사선이 타이탄에 근접하기 전까지는 매우 제한적인 데이터만으로 연구를 진행해 왔으나 카시니 - 호이겐스 미션 이후에는 타이탄에 대한 지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대기 물질을 직접 채취해서 분석하는 일은 아직까지는 어렵지만 그 파장에 대한 분석은 가능합니다. 그러면 어떤 물질로 구성되어 있는지 대략적인 판단이 가능하죠.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타이탄의 대기 조건과 비슷한 환경에서 다양한 화학물질을 반응시키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사실 앞서 포스팅에서는 대충 설명했지만 사실 타이탄의 복잡한 탄화수소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생성되는지는 아직 잘 모릅니다. 연구팀이 취한 방법은 마치 여러개의 다른 재료와 조리법으로 만든 케익을 먹은 후 이전에 먹었던 케이크를 발견해서 역으로 그 케익의 레시피를 알아내는 방식입니다. 


 사실 우리는 이미 타이탄의 탄화수소를 만드는 주 재료를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타이탄의 대기에서 가장 흔한 질소와 메탄 가스입니다. 그러나 이 두가스를 조합한 조리법으로는 카시니의 관측에서 확인된 본래의 타이탄의 대기를 재현하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따라서 뭔가 재료 하나가 빠졌다고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재료란 가장 간단한 방향족 화합물인 벤젠 (bezene) 입니다. 벤젠 역시 타이탄에 대기에 풍부하게 존재하고 있는 것이 카시니에 의해서 확인된 바 있습니다. 


 이렇게 세가지 재료를 넣고 다양한 '레시피' 로 반응시킨 결과 결국 과학자들이 찾던 타이탄의 대기와 비슷한 물질이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벤젠이 첨가된 만큼 그렇게 만들어진 화학물질은 방향족 탄화수소가 주종을 이루는데 특히 타이탄의 대기에 질소가 흔하므로 질소를 포함한 방향족 탄화 수소인 polycyclic aromatic nitrogen heterocycles (PANHs) 가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토성앞을 지나는 타이탄. 노란색의 공처럼 보이는 이유는 탄화 수소 화합물 때문 This Cassini image from 2012 shows Titan and its parent planet Saturn.
Image Credit: NASA/JPL-Caltech/SSI )      


 사실 아직까지도 타이탄의 복잡한 탄화 수소 대기와 그리고 그것이 액체 상태로 되어 만들어진 강과 호수에 대해서는 모르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태양계 내부에 이렇게 독특한 환경을 지닌 위성은 사실 다른 사례를 찾기가 힘들 정도인데 왜 타이탄에서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타이탄의 대기에서 실제로 어떤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지는 앞으로도 흥미로운 연구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이 연구는 학술지 Icarus 에 실릴 예정입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R 스튜디오 설치 및 업데이트

 R을 설치한 후 기본으로 제공되는 R 콘솔창에서 코드를 입력해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기 보다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R 개발환경인 R 스튜디오가 널리 사용됩니다. 오픈 소스 무료 버전의 R 스튜디오는 누구나 설치가 가능하며 편리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R을 위한 IDE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습니다.    https://www.rstudio.com/  다운로드 R 이나 혹은 Powerful IDE for R로 들어가 일반 사용자 버전을 받습니다. 오픈 소스 버전과 상업용 버전, 그리고 데스크탑 버전과 서버 버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오픈 소스 버전에 데스크탑 버전을 다운로드 받습니다. 상업 버전의 경우 데스크탑 버전의 경우 년간 995달러, 서버 버전은 9995달러를 받고 여러 가지 기술 지원 및 자문을 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데스크탑 버전을 설치하는 과정은 매우 쉽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스톨은 윈도우, 맥, 리눅스 (우분투/페도라)에 따라 설치 파일이 나뉘지만 설치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R은 사전에 반드시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R 스튜디오만 단독 설치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죠.   설치된 R 스튜디오는 자동으로 업데이틀 체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R 스튜디오에서 Help 로 들어가 업데이트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업데이트 할 내용이 없다면 최신 버전이라고 알려줄 것이고 업데이트가 있다면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R의 업데이트와 R 스튜디오의 업데이트는 모두 개별적이며 앞서 설명했듯이 R 업데이트는 사실 기존 버전과 병행해서 새로운 버전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입니다. R 스튜디오는 실제로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버전을 지워줄 필요는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