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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세계에서 가장 높은 주파수의 사랑 노래




 자연계에서는 다양한 동물들이 짝을 찾기 위해서 노래를 부릅니다. 우리가 듣는 다양한 새와 개구리, 그리고 풀벌레의 울음소리는 사실 짝을 찾는 사랑의 노래라고 할 수 있는데, 이중 상당수는 수컷이 부르는 구애의 노래입니다.

 이 중에서도 다양한 종의 여치과 (katydid, 혹은 bushcricket, 메뚜기목에 속하는 곤충) 곤충들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 분포하며 독특한 울음소리로 자연의 정취를 더하는데 이 역시 수컷의 구애의 노랫소리입니다. 여치 수컷의 왼쪽 앞날개에는 줄칼 모양의 날개맥이 있고 오른쪽 앞날개에는 마찰편이 있어 이를 두 앞날개를 비벼서 우리가 듣는 여치 소리를 만들어 냅니다.


 링컨 대학 및 스트라스클라이드, 토론토 대학  (universities of Lincoln, Strathclyde and Toronto) 의 연구자들은 합동으로 에콰도르와 콜럼비아의 열대 우림에서 새로운 속에 속하는 여치과 곤충 3 종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들은 동물의 세계에서 가장 높은 주파수의 초음파로 사랑의 음악을 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통 여치과 곤충은 5 - 30 kHz 의 주파수로 노래를 하지만 이들은 무려 150 kHz 의 주파수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런 특징을 고려해서 이 새로운 속의 속명을Supersonus 라고 정했습니다.



(새로 발견된 Supersonus 속의 암컷. 근데 왜 암컷 사진을 ?  Source :  University of Lincoln)


 연구의 리더인 링컨 대학의 페르난도 몬테알레그레 박사 (Dr Fernando Montealegre-Z, from the School of Life Sciences, University of Lincoln, UK) 와 그의 동료들은 이 여치들이 150 kHz 라는 생각하기 힘든 높은 주파수의 연주를 하는 것이 아마도 천적인 박쥐와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Supersonus 속의 여치들은 높은 주파수의 소리를 내기 위해서 오른쪽 앞날개 안쪽에 작은 빈공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소리를 울려서 멀리까지 전달하려는 목적으로 사실 인간이 만든 스피커 역시 같은 공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커다른 스피커는 낮은 주파수를 공명시켜 멀리까지 내보내는 반면 작은 공간을 가진 날개 안쪽의 빈공간은 높은 주파수를 빠르게 전파시킵니다. 따라서 이 여치들은 사실 날개를 이용해 날 수 있는 능력은 상실했지만 대신 150 kHz 라는 극도로 높은 주파수의 울음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짝짓기를 위해 내는 다양한 소리들은 포식자의 관심을 끌게 마련입니다. 왜냐하면 소리는 천적들도 들을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짝짓기를 위해 노래를 부르는 것은 어느 정도는 다 위험을 수반하게 마련입니다. 이 여치들의 가장 주된 천적은 박쥐들인데 비록 일부 박쥐들이 150 kHz 의 초음파를 감지할 수는 있지만 여치들이 다른 트릭과 함께 초음파를 방출하기 때문에 쉽게는 감지할 수 없다고 합니다.  


 Supersonus 속의 여치는 박쥐가 반향 정위 (echolocation : 반사되는 초음파를 이용해서 어두운 곳에서도 길을 찾는 능력) 를 위해서 만드는 초음파도 감지가 가능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 동안 박쥐를 피해서 고주파 소리를 만들어 서로 통신을 하는 방식으로 천적을 피힌다고 합니다. 이쯤되면 첩보전 못지 않은 짝짓기인 셈인데, 짝짓기는 해야 겠고 박쥐도 피해야만 하니 별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전에 전해드린 것처럼 박쥐가 내는 초음파는 먹이가 되는 여러 동물들에게 다양한 진화적 선택압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300 kHz 까지 감지가 가능한 나방이나,  (http://jjy0501.blogspot.kr/2013/05/blog-post_10.html  참조) 심지어 재밍 기술을 가진 나방도 존재합니다. ( http://jjy0501.blogspot.kr/2013/07/blog-post_6.html 참조)  


 150 kHz 로 러브 송을 연주하는 여치 역시 마찬가지란 이야긴데 결코 인간이 들을 수 없는 소리지만 그 애절함과 간절함이란 인간 세상의 사랑노래에 못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진짜 목숨을 걸고 짝을 찾기 위해 부르는 노래이니 말이죠.  


 참고


Journal Reference:
  1. Fabio A. Sarria-S, Glenn K. Morris, James F. C. Windmill, Joseph Jackson, Fernando Montealegre-Z. Shrinking Wings for Ultrasonic Pitch Production: Hyperintense Ultra-Short-Wavelength Calls in a New Genus of Neotropical Katydids (Orthoptera: Tettigoniidae)PLoS ONE, 2014; 9 (6): e98708 DOI:10.1371/journal.pone.0098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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