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두발로 걸어다닌 고대의 자이언트 캥커루


 호주의 상징적인 동물인 캥거루는 발과 꼬리를 이용해서 깡총깡총 뛰어다니는 방식으로 이동합니다. 이 방식은 재미가 아니라 에너지 소비 면에서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광활한 호주 대륙에서 캥거루들은 성공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과거에 살았던 모든 캥거루들이 모두 그런식으로 이동하지는 않았다는 증거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브라운 대학의 생태 진화생물학과 교수인 크리스틴 자니스 (Christine Janis, professor of ecology and evolutionary biology at Brown University) 와 그녀의 동료들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10 만년 전 호주에 살았던 거대 캥거루의 아과 (sub-family) 인 스테누리네 (Sthenurinae, short-faced, giant kangaroos 라고 알려짐) 은 현재의 캥거루와는 다른 방식으로 걸어다닌 것 같다고 합니다. 몸길이 최대 9 피트 (2.7 미터) 에 몸무게 최대 230 kg 에 달하는 이 대형 캥거루는 깡총깡총 뛰어다니는 대신 육중한 두발로 걸어다녔다고 합니다. 


 연구팀이 무게나 크기로 봤을 때 아무래도 깡총 뛰기는 좀 무리처럼 보이는 이 스테누리네의 움직임에 주목한 것은 2005 년부터였습니다. 연구팀에게는 이들의 이동 방식을 설명해줄 발자국 화석 같은 결정적인 단서는 없었지만 대신 해부학적 특징을 토대로 이들의 움직임을 다시 복원하는 작업은 가능했습니다. 


 그 결과 이들이 현대의 캥거루나 왈라비처럼 뛰기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일단 캥거루식 이동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여러가지 특징들이 이들에게는 결여되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육중한 무게를 견딜 수 있는 튼튼한 발목 관절은 깡총 뛰기에는 적합한 구조가 아니며 척추 역시 충분한 탄성을 지니지 못해 지금의 캥거루 같은 뛰는 동작은 최소한 효율적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훨씬 크고 튼튼한 고관절 (hip joint) 및 슬관절 (knee joint) 는 더 튼튼하고 거대한 둔근 (gluteal muscle) 에 붙어서 큰 체구를 지탱하는데는 유리했지만 캥거루처럼 뛰는 데는 불리했을 것이라고 합니다. 골반뼈 역시 현생 캥거루와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고 하네요. 이런 신체적 특징 이외에도 이 고대 캥거루는 얼굴 생김새가 토끼를 닮은 기묘한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해부학적 특징을 토대로 작성된 스테누리네의 복원도  A variety of anatomical features suggest that sthenurines could put their weight on one leg at a time, an essential capability for walking on two feet.
Credit: Brian Regal


 결론적으로 이 거대 캥거루는 뛰는 것보다는 걷는 데 최적화된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들의 무게를 생각하면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죠. 만약 이들이 현대까지 살았다면 어떤 평가를 받을까요. 과연 깡총깡총 뛰어다니는 캥거루와 두발로 걸어다니는 스테누리네 중 어느 쪽이 더 기묘한 동물일까요. 잘 생각해보면 기묘한 쪽은 캥거루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우리가 현재 캥거루에 익숙해져서인지 이 고대 캥거루의 모습을 보면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나올 듯한 기묘한 외형이라고 생각되기는 하네요. 이 연구는 PLoS ONE 에 발표되었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Janis CM, Buttrill K, Figueirido B. Locomotion in Extinct Giant Kangaroos: Were Sthenurines Hop-Less Monsters? PLoS ONE, 2014 DOI:10.1371/journal.pone.0109888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R 스튜디오 설치 및 업데이트

 R을 설치한 후 기본으로 제공되는 R 콘솔창에서 코드를 입력해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기 보다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R 개발환경인 R 스튜디오가 널리 사용됩니다. 오픈 소스 무료 버전의 R 스튜디오는 누구나 설치가 가능하며 편리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R을 위한 IDE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습니다.    https://www.rstudio.com/  다운로드 R 이나 혹은 Powerful IDE for R로 들어가 일반 사용자 버전을 받습니다. 오픈 소스 버전과 상업용 버전, 그리고 데스크탑 버전과 서버 버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오픈 소스 버전에 데스크탑 버전을 다운로드 받습니다. 상업 버전의 경우 데스크탑 버전의 경우 년간 995달러, 서버 버전은 9995달러를 받고 여러 가지 기술 지원 및 자문을 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데스크탑 버전을 설치하는 과정은 매우 쉽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스톨은 윈도우, 맥, 리눅스 (우분투/페도라)에 따라 설치 파일이 나뉘지만 설치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R은 사전에 반드시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R 스튜디오만 단독 설치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죠.   설치된 R 스튜디오는 자동으로 업데이틀 체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R 스튜디오에서 Help 로 들어가 업데이트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업데이트 할 내용이 없다면 최신 버전이라고 알려줄 것이고 업데이트가 있다면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R의 업데이트와 R 스튜디오의 업데이트는 모두 개별적이며 앞서 설명했듯이 R 업데이트는 사실 기존 버전과 병행해서 새로운 버전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입니다. R 스튜디오는 실제로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버전을 지워줄 필요는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