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316 - 원시별 주변에서 발견된 유기물



 우리 태양계는 우주에서 매우 흔한 별 가운데 하나입니다. 과학자들은 아마도 우리 태양계에서 일어났던 일이 다른 태양계에서도 일어났으며, 사실 현재도 반복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각각의 별은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태양계만 유별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가정이죠. 이런 가정을 지지하는 증거들은 무수히 많습니다. 그리고 최근 천문학자들은 새롭게 생성되는 별 주변에서 이런 증거를 다시 발견했습니다. 

 하버드 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 센터의 카린 오베르그(Karin Oberg, an astronomer with the Harvard-Smithsonian Center for Astrophysics in Cambridge)와 그녀의 동료들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전파 망원경인 ALMA(Atacama Large Millimeter/submillimeter Array)를 이용해서 지구에서 450 광년 떨어진 아기 별인 MWC 480를 관측했습니다. 

 ALMA는 이 젊은 별 주위에 있는 거대한 원시행성계 원반(protoplanetary disk)에서 유기물질을 발견했는데, 생각보다 복잡한 유기물인 시안화 메틸 methyl cyanide (CH3CN)을 비롯한 시안화 화합물들을 발견했습니다. 이 물질들은 이 행성계의 카이퍼 벨트에 해당되는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 구성 성분들은 우리 태양계의 초기에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성분과 유사합니다. 



(MWC 480 행성계의 상상도. Artist impression of the protoplanetary disk surrounding the young star MWC 480. ALMA has detected the complex organic molecule methyl cyanide in the outer reaches of the disk in the region where comets are believed to form. This is another indication that complex organic chemistry, and potentially the conditions necessary for life, is universal. Credit: B. Saxton (NRAO/AUI/NSF) )

 현재 존재하는 일부 가설들은 이렇게 태양계 외각에서 형성된 혜성과 소행성이 지구 역사의 초기에 집중적으로 지구에 충돌했으며, 동시에 이들이 가지고 있는 유기물질을 지구에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가설이 옳은지는 검증이 더 필요하겠지만, 아무튼 매우 어린 외계 행성계에서 이런 유기물질이 풍부하게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이 가설을 지지하는 것입니다. 

 연구의 주저자인 카린 박사는 우주에 이와 같은 유기물과 물을 가진 원시 행성계가 다수 존재하며, 우리 태양계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생명 현상이 우주에서 그렇게 드문 일이 아닐지 모른다는 추정에 힘을 보태는 것입니다. 다만 생명 현상이 우주에서 얼마나 흔하게 발생하는지는 앞으로의 검증 과제일 것입니다. 

 최소한 지금까지의 연구들은 생명의 기본 물질인 물과 유기물이 우주에 매우 풍부하다는 점은 더 의심의 여지가 없을 만큼 검증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연구는 이런 유기물이 초기 원시 행성계 원반에도 풍부하게 존재해서 지구에서도 검출이 가능할 만큼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과학자들은 성간 분자 구름에 단순한 유기물질이 풍부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과연 강력한 방사선을 받는 원시 행성계 원반에도 이런 물질이 풍부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이번 연구는 '그렇다'라는 답변을 제시했습니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은 MWC 480이 과거의 태양같은 별이라기보다는 그보다 더 큰 별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별은 태양 질량의 2배에 달하는 약간 큰 별이며 이번에 시안화 메틸이 발견된 위치는 별에서 45억에서 150km 떨어진 먼 위치입니다. 연구자들이 발견한 시안화 메틸의 양은 지구에 있는 바다를 다 채울 만큼 많았습니다. 미래 이 태양계는 우리 태양계보다 더 많은 유기물과 행성을 지닐 수도 있습니다. 

 과연 이런데도 우주에 생명이 있는 행성이 지구뿐일까요? 아직 우리가 답할 수 없는 질문이지만, 외계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 쪽이 존재하는 쪽 보다 더 놀라운 일일 것입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Karin I. Oberg, Viviana V. Guzman, Kenji Furuya, Chunhua Qi, Yuri Aikawa, Sean M. Andrews, Ryan Loomis, David J. Wilner. The comet-like composition of a protoplanetary disk as revealed by complex cyanides. Nature, 2015; 520 (7546): 198 DOI: 10.1038/nature14276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R 스튜디오 설치 및 업데이트

 R을 설치한 후 기본으로 제공되는 R 콘솔창에서 코드를 입력해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기 보다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R 개발환경인 R 스튜디오가 널리 사용됩니다. 오픈 소스 무료 버전의 R 스튜디오는 누구나 설치가 가능하며 편리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R을 위한 IDE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습니다.    https://www.rstudio.com/  다운로드 R 이나 혹은 Powerful IDE for R로 들어가 일반 사용자 버전을 받습니다. 오픈 소스 버전과 상업용 버전, 그리고 데스크탑 버전과 서버 버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오픈 소스 버전에 데스크탑 버전을 다운로드 받습니다. 상업 버전의 경우 데스크탑 버전의 경우 년간 995달러, 서버 버전은 9995달러를 받고 여러 가지 기술 지원 및 자문을 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데스크탑 버전을 설치하는 과정은 매우 쉽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스톨은 윈도우, 맥, 리눅스 (우분투/페도라)에 따라 설치 파일이 나뉘지만 설치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R은 사전에 반드시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R 스튜디오만 단독 설치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죠.   설치된 R 스튜디오는 자동으로 업데이틀 체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R 스튜디오에서 Help 로 들어가 업데이트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업데이트 할 내용이 없다면 최신 버전이라고 알려줄 것이고 업데이트가 있다면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R의 업데이트와 R 스튜디오의 업데이트는 모두 개별적이며 앞서 설명했듯이 R 업데이트는 사실 기존 버전과 병행해서 새로운 버전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입니다. R 스튜디오는 실제로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버전을 지워줄 필요는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