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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 가스가 라돈 가스 농도를 증가시칸다?


 최근 저유가의 배경에는 몇 가지 신기술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셰일 가스 붐일 것입니다. 과거에는 추출이 불가능했던 천연 가스와 석유를 추출할 수 있게 되므로써 오일 피크에 대한 염려도 크게 줄였고 에너지 비용도 감소했기 때문에 이를 셰일 혁명이라고 부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세일 가스는 환경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온실 가스 배출 문제를 별개로 하고 이를 추출하는 공정에서 논쟁이 붙은 것입니다.
 현재 세일 가스는 수압 균열법(혹은 수압 파쇄법. Hydraulic fracturing, 줄여서 영어로는 fracking) 이라는 방식으로 추출하고 있습니다. 이는 물에다가 모래, 화학제품을 넣고 고압으로 분쇄해서 암석층을 파쇄한 다음 여기에 갇혀 있는 가스나 석유를 추출하는 방식입니다.

(수압 균열법(수압 파쇄법), 일명 프랙킹의 모식도. Schematic depiction of hydraulic fracturing for shale gas, showing main possible environmental effects. Credit: Mikenorton/Wikipedia ) 
 수압 균열법은 그 원리상 몇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자원만 추출하는 것이지만, 불행하게도 지층에는 자원만 들어있는 것이 아닙니다. 균열을 타고 물이 스며들면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원치 않았던 여러 가지 물질들이 지표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사실 메탄 가스가 빠져나오는 것 자체로도 꽤 위험할 수 있지만(농도가 높으면 화재와 폭발 위험성이 있고 농도가 낮더라도 온실 가스) 이보다 더 문제가 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저널  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에 발표되었습니다. 
 존스 홉킨스 의대 블룸버그 공중의학 교실의 브라이언 슈와츠 교수(Brian S. Schwartz, MD, a professor in the Department of Environmental Health Sciences at the Bloomberg School)와 그의 동료들은 2004년 이후 셰일 가스 채취를 위해서 수많은 프랙킹이 행해진 펜실베니아 주의 가정집에서 발암 물질인 라돈 가스의 농도가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연구팀은 펜실베니아주 당국이 1998년에서 2013년 사이 시행한 86만회의 실내 라돈 조사 결과, 그리고 2005년에서 2013년 사이 펜실베니아 주에서 행해진 수압 균열법에 의한 채취 7469회의 지리적 분포와 연관성을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에 의하면 수압 균열법으로 채취한 가스에는 라듐-226(radium-226)이 더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셰일층에 있던 방사성 동위원소에서 나온 라듐은 다시 라돈으로 붕괴를 일으키는데, 라돈 역시 알파 붕괴를 일으키며 다른 원소로 변합니다. 문제는 이 라돈이 우리가 공기를 들이쉴 때 같이 폐로 들어와서 폐 내부에서 알파 붕괴를 일으킨다는 것입니다. 이는 폐암의 중요한 원인이 됩니다. 라돈에 대해서는 이전 포스트를 참조해 주시거나 아래 네이버 캐스트를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라돈 - 222의 반감기는 3.82일 정도입니다. 따라서 오래 저장된 천연 가스에는 이런 방사성 동위원소가 적을 수 밖에 없습니다. 반면 셰일 가스에는 이런 방사성 동위원소의 비중이 높은 편이지만 대개 20 일 정도 저장되면 짧은 반감기 덕에 남은 양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셰일 가스 자체가 높은 라돈 농도의 원인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 조사에서는 직접 지하수를 퍼올려서 용수를 해결하는 지역에서 라돈 농도가 21% 더 높았으며, '프랙킹'이 많이 행해진 지역에서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39% 정도 더 높은 라돈 농도를 보이는 것을 나타났습니다. 이는 지하에 생긴 균열을 통해서 본래는 갖혀 있던 라돈 가스가 지표로 새어나오고 있다는 징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연구의 1 저자인 캘리포니아-버클리 대학의 조안 케세이(Joan A. Casey) 박사는 "지표에 7000회 이상 시추를 했기 때문에 수압 균열법은 지질학적 구조를 바꾸고 라돈이 지표로 새어나올 수 있는 새로운 경로를 만들 수 있다(By drilling 7,000 holes in the ground, the fracking industry may have changed the geology and created new pathways for radon to rise to the surface)" 라고 언급했습니다.

 셰일 산업은 저유가와 환경 문제라는 새로운 복병을 만나 고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라돈 가스는 발암 물질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셰일 채취와 라돈 가스 증가의 인과 관계가 인정될 경우 천문학적인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도 큰 문제이죠.
 개발이냐 보존이냐를 두고 극단적인 주장들이 오가지만, 개인적으로는 현명한 개발이 필요하다는 중도적인 입장입니다. 아마도 갑자기 '프랙킹'을 중단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는 미국 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 심각한 환경 및 보건 문제가 우려되는데도 그냥 지켜보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안전한 셰일 가스를 위해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할 수 밖에 없는데, 이 공법이 최근에 널리 사용되었기 때문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나 라돈 가스 등 다른 문제에 대한 연구가 아직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번 연구에서도 실내 라돈 가스가 증가한 이유 역시 다른 요인 (예를 들어 실내 환기가 더 되었다든지)에 의한 부분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 셰일 가스 채취가 갑자기 중단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리고 가스 채취가 끝나고 나서도 균열을 타고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에 대한 매우 빠른 실태 조사가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 펜실베니아주는 물론 여러 주에서 당국 및 과학자들에 의한 조사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물론 이 연구를 포함해서 말이죠) 가능한 조속한 시일내 안전한 개발을 위한 가이드라인과 적절한 규제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아마도 위험한 지역에서는 채취를 하지 않아도 현재 매장량은 충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문제를 알아낸다면 더 안전한 공정이 개발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Predictors of Indoor Radon Concentrations in Pennsylvania 1989-2013" was written by Joan A. Casey, Elizabeth L. Ogburn, Sara G. Rasmussen, Jennifer K. Irving, Jonathan Pollak, Paul A. Locke and Brian S. Schwartz. On April 9, this article will be available to download for free atehp.niehs.nih.gov/1409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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