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FDA 식품 첨가용 PHOs(트랜스 지방) 금지 - 2018년 6월 18일까지 퇴출키로



 미국 FDA가 마침내 트랜스 지방의 가장 중요한 섭취 경로인 부분 경화유 partially hydrogenated oils (PHOs)을 일반적으로 안전한 물질(GRAS : generally recognized as safe) 목록에서 배제하고 2018년 6월 18일까지 사실상 식품 첨가물에서 퇴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내용에서 국내 언론 기사들이 부정확한 부분들이 있는데 트랜스 지방 자체를 퇴출하기로 한 건 아닙니다. 이게 무슨 차이가 있는지는 아래에서 다루겠습니다) 

 지방은 현대에 와서 저주스런(?) 내 몸의 일부가 되긴 했지만, 사실 반드시 필요한 조직이기 때문에 우리가 지방 조직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지방을 소화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지방은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히 한 자리에 계속 있는 대신 계속해서 이동해야 하는 동물에게 매우 유용한 수단입니다. 또 음식을 섭취할 때도 같은 양이라도 더 많은 열량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우리는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도록 진화된 것입니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는 과도한 지방 섭취가 지나친 열량 섭취는 물론 심장 질환을 비롯한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면서 문제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가공 식품에 다량으로 첨가되는 트랜스 지방 - 여기서는 PHOs - 은 심혈관 질환 및 유방암, 비만, 당뇨, 여성 불임, 우울증 등 여러 가지 질환을 일으킨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이의 퇴출 운동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진행하기에 앞서 지방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지방은 1개의 글리세롤 본체에 에스터 결합으로 3개의 지방산이 연결되어 있는 분자입니다. 주로 탄소와 수소, 산소 원자로 구성된 물질이라고 할 수 있죠. 지방의 성질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트랜스/시스 지방이나 포화/불포화 지방의 여부를 결정하는 일은 바로 탄소에 달려있습니다. 

 지방 분자에 있는 탄소원자가 모두 단일 결합인 경우 이를 포화지방이라고 하고 이중 결합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는 불포화지방이라고 합니다. 트랜스니 시스 지방이니 하는 것들은 이중 결합이 포함된 불포화 지방의 일종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불포화 지방이 나쁜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사실 불포화 지방 중 탄소 사슬의 끝에서 3번째 탄소에서부터 이중 결합이 있는 지방을 오메가 - 3라고 부릅니다. 두말할 것 없이 필수 지방소로 유용한 영양소입니다. 

 불포화/포화 지방, 그리고 오메가 3 에 대해 더 궁금하면 아래 네이버 캐스트를 참조해 주세요


 아무튼 트랜스(trans)니 시스(cis)니 하는 것은 이중 결합 탄소에서 연결된 수소 및 분자 덩어리의 위치에 따라 달라집니다. 수소원자 및 분자 덩어리가 같은 방향이면 시스고 대각선 방향이면 트랜스가 되는 것이죠. 


(포화 지방, 시스/트랜스 불포화지방의 차이. 출처: 위키) 

 본래 자연계의 지방은 포화지방 불포화 지방, 그리고 시스와 트랜스 지방이 다 섞여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유의 경우 2-5% 정도 트랜스 지방이 있고 모유에도 지방 성분 중 1-7% 가량 트랜스 지방이 섞여 있습니다. 이런 미량의 트랜스 지방은 사실 없애기도 어렵고 해롭다는 증거도 없기 때문에 굳이 퇴출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를 테면 모유에서 트랜스 지방을 거른 후 아기에게 수유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죠. 

 이런 이유에서 앞서 국내 일부 언론 기사가 잘못되었다고 했던 것입니다. FDA가 모든 트랜스 지방을 퇴출할 순 없습니다. 대신 FDA는 명확하게 

Based on a thorough review of the scientific evidence, the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today finalized its determination that partially hydrogenated oils (PHOs), the primary dietary source of artificial trans fat in processed foods, are not “generally recognized as safe” or GRAS for use in human food. Food manufacturers will have three years to remove PHOs from products.

 라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즉 트랜스 지방 자체가 아니라 PHOs 를 3년 이내로 퇴출해야 합니다. 

 FDA 보도 자료 보기 

 참고로 이런 이유로 인해서 한국에서는 매우 미량 (예를 들어 30g 당 0.2g 이하)의 트랜스 지방이 있는 식품은 천연적으로 존재하는 함량을 고려 함유량을 0으로 표시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다른 나라도 비슷합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종합하면 문제가 뭔지 대략 짐작이 될 것입니다. 천연적으로 소량 존재하는 트랜스 지방을 완전히 제거하면 먹을 음식이 없습니다. 그리고 사실 그렇게 할 근거도 부족하구요. FDA가 하려는 것은 식품 첨가제로 대량으로 사용되는 트랜스 지방인 PHOs를 퇴출하려는 것입니다. 

 식품 첨가제로 PHOs 같은 트랜스 지방이 사용된 역사는 100년이 넘습니다. 이는 식품 보존 기간을 늘릴 뿐 아니라 식감을 좋게 만들기 때문에 가공 식품에 아주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감자 튀김, 도너츠, 과자, 마가린 등 온갖 가공 식품에 본래 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트랜스 지방을 집어넣은 결과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트랜스 지방을 과량 섭취하면 심혈관 질환이 잘생긴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습니다. 1994년의 한 연구에서는 미국에서 관상 동맥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 중 3만 명 가량이 트랜스 지방 섭취와 연관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12만 명의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Nurses' Health Study에서는 14년간의 추적 기간 동안 2%의 열량을 트랜스 지방으로 섭취할 때 관상 동맥 질환 위험도는 거의 두 배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무튼 이외에도 수많은 연구에서 트랜스 지방이 절대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밝혀냈으나 이 물질은 상당히 놀랍게도 오랬동안 식품 첨가제로 살아남았습니다. 

 그 이유는 식품 업계에서 대안 물질을 발견하기 어려웠던 점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업계에서는 퇴출을 막아달라는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명백한 과학적 증거 앞에서 이를 되돌리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FDA의 추산으로는 앞으로 20년간 미국에서 PHOs 같은 트랜스 지방 첨가제를 퇴출하는 데 드는 비용이 62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합니다. 대신 의료비 지출 감소 등 사회적인 이득은 1400억 달러에 달해 비용 편익에서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는 만큼 이를 되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미 심장 학회(AHA)는 이 결정을 역사적 승리라고 환영했습니다. 이미 다른 국가에서도 많은 퇴출 노력이 있었던 만큼 FDA의 결정은 여기에 기름을 붇는 역할을 것으로 보입니다. 즉 여러 국가에서 같은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이런 결정이 이뤄지지 않은 점이 이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식품 업계도 이와 같은 변화를 예상해서 트랜스 지방 함량을 줄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한 상태입니다. 본래 식품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첨가물이 아닌만큼 퇴출이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R 스튜디오 설치 및 업데이트

 R을 설치한 후 기본으로 제공되는 R 콘솔창에서 코드를 입력해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기 보다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R 개발환경인 R 스튜디오가 널리 사용됩니다. 오픈 소스 무료 버전의 R 스튜디오는 누구나 설치가 가능하며 편리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R을 위한 IDE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습니다.    https://www.rstudio.com/  다운로드 R 이나 혹은 Powerful IDE for R로 들어가 일반 사용자 버전을 받습니다. 오픈 소스 버전과 상업용 버전, 그리고 데스크탑 버전과 서버 버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오픈 소스 버전에 데스크탑 버전을 다운로드 받습니다. 상업 버전의 경우 데스크탑 버전의 경우 년간 995달러, 서버 버전은 9995달러를 받고 여러 가지 기술 지원 및 자문을 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데스크탑 버전을 설치하는 과정은 매우 쉽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스톨은 윈도우, 맥, 리눅스 (우분투/페도라)에 따라 설치 파일이 나뉘지만 설치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R은 사전에 반드시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R 스튜디오만 단독 설치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죠.   설치된 R 스튜디오는 자동으로 업데이틀 체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R 스튜디오에서 Help 로 들어가 업데이트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업데이트 할 내용이 없다면 최신 버전이라고 알려줄 것이고 업데이트가 있다면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R의 업데이트와 R 스튜디오의 업데이트는 모두 개별적이며 앞서 설명했듯이 R 업데이트는 사실 기존 버전과 병행해서 새로운 버전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입니다. R 스튜디오는 실제로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버전을 지워줄 필요는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