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기후 변화가 도마뱀의 성별을 바꾼다?



 남성과 여성의 성은 일단 한번 정해지면 바꿀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특히 포유류처럼 복잡한 생식기를 가진 동물에게는 사실에 가까운 이야기죠. 하지만 모든 동물이 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전에 한번 설명드린 것처럼 수많은 동식물들이 염색체 안에 암수 성을 결정하는데 필요한 유전자를 모두 가지고 었어서 암컷이 수컷으로 변하거나 (protogyny) 반대로 수컷이 암컷으로 변할 (protandry) 수 있습니다. 이런 식의 성전환을 Sequential hermaphrodites 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에 파충류 중에서 많은 종들은 알이 부화하는 온도에 따라 암수가 결정되는 온도 성결정(Temperature-dependent sex determination (TSD))이라는 독특한 메카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성의 결정이나 변화가 생각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많은 종들이 주변 환경에 따라 성을 바꾸거나 혹은 특정 성으로 태어납니다.

 그런데 지난 100여 년간 지구의 평균 기온이 상승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당연히 온도에 따라 성이 바뀌는 동물들의 경우 여기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실제로 지구상 다른 국가와 비교해서 더 빠른 속도로 온도가 상승한 호주에서 실제로 이와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가 나왔습니다.

 호주 캔버라 대학의 클레어 홀렐리(Clare Holleley of the University of Canberra)와 그녀의 동료들은 저널 네이처에 호주의 턱수염 드래곤 도마뱀(Australia's bearded dragon lizards)이 암컷으로 성전환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호주의 턱수염 드래곤 도마뱀. This handout photo provided by Arthur Georges, University of Canberra, Australia, taken in Oct. 2014, in Eulo, Queensland, Australia, shows a bearded dragon lizard. Hotter temperatures are messing with the gender of Australia’s bearded dragon lizards, a new study finds. Dragons that are genetically male hatch as females and give birth to other lizards. And the way the lizards’ gender is determined is getting changed so much that the female sex chromosome may eventually disappear entirely, the study authors say. (Arthur Georges/University of Canberra )

 연구팀은 호주의 퀸즐랜드에서 131마리의 턱수염 드래곤 도마뱀을 잡은 후 이들의 성별과 유전자를 검사했습니다. 이 파충류는 포유류의 XY 성염색체와 다른 ZW 성염색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수컷의 경우 ZZ, 암컷은 ZW의 형태입니다. 하지만 ZZ만 있어도 사실 암컷으로 발현될 수 있다는 것이 포유류와 큰 차이라고 하겠습니다.

 연구 결과는 131마리 중 11마리의 암컷이 사실은 수컷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즉 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일부 수컷이 암컷으로 바뀐 것입니다. 하지만 이정도 표본으로는 온도 변화에 따라서 암컷으로 태어나는 유전적 수컷들이 많다고 결론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물론 뜨거운 사막에 사는 야생 도마뱀을 이 정도 잡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긴 하지만 말이죠) 따라서 연구팀은 이 야생 도마뱀들을 관찰함과 동시에 실험실에서 알이 어떻게 부화하는지도 같이 연구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의외로 알을 낳는 수컷들은 본래부터 암컷인 개체보다 더 많은 알을 낳고 헌신적으로 보살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알들은 뜨거운 온도에서 주로 암컷으로 태어난다고 합니다. 연구팀에 의하면 온도가 평균 섭씨 32도가 넘으면 암컷으로의 전환이 일어나며 36도에서는 100% 암컷으로 태어난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여러 가지 관찰 및 실험 증거를 기반으로 최근의 온도 상승이 턱수염 드래곤 도마뱀의 성별을 암컷으로 바꾸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사실 지구 기후 변화는 여러 동물들의 삶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에 온도에 따라 성별이 결정되는 파충류가 영향을 받는 것은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걱정되는 일은 이러다가 모두 암컷으로 변해서 이런 파충류들이 멸종되지 않을까하는 것이죠.

 과거에도 지구의 기온이 변했던 일은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그 속도는 지금보다 훨씬 느려서 적응에 필요한 시간은 충분했습니다. 예를 들어 온도가 상승해서 암컷이 많아지는 경우 이런 때 태어나는 수컷은 더 많은 자손을 남기게 되는 것이죠. 그러면 높은 온도에도 수컷이 되는 변이가 그 집단에서 급속히 퍼져 균형을 이룰 것입니다.

 하지만 온도 변화가 매우 빠를 뿐 아니라 서식지 파괴로 개체수가 많이 줄어든 파충류들이 이런 변화에 적응할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입니다. 과연 앞으로 100년 이내에 6번째 대멸종을 피할 수 있을 것인지는 지금 우리의 행동에 달린 것 같습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R 스튜디오 설치 및 업데이트

 R을 설치한 후 기본으로 제공되는 R 콘솔창에서 코드를 입력해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기 보다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R 개발환경인 R 스튜디오가 널리 사용됩니다. 오픈 소스 무료 버전의 R 스튜디오는 누구나 설치가 가능하며 편리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R을 위한 IDE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습니다.    https://www.rstudio.com/  다운로드 R 이나 혹은 Powerful IDE for R로 들어가 일반 사용자 버전을 받습니다. 오픈 소스 버전과 상업용 버전, 그리고 데스크탑 버전과 서버 버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오픈 소스 버전에 데스크탑 버전을 다운로드 받습니다. 상업 버전의 경우 데스크탑 버전의 경우 년간 995달러, 서버 버전은 9995달러를 받고 여러 가지 기술 지원 및 자문을 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데스크탑 버전을 설치하는 과정은 매우 쉽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스톨은 윈도우, 맥, 리눅스 (우분투/페도라)에 따라 설치 파일이 나뉘지만 설치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R은 사전에 반드시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R 스튜디오만 단독 설치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죠.   설치된 R 스튜디오는 자동으로 업데이틀 체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R 스튜디오에서 Help 로 들어가 업데이트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업데이트 할 내용이 없다면 최신 버전이라고 알려줄 것이고 업데이트가 있다면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R의 업데이트와 R 스튜디오의 업데이트는 모두 개별적이며 앞서 설명했듯이 R 업데이트는 사실 기존 버전과 병행해서 새로운 버전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입니다. R 스튜디오는 실제로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버전을 지워줄 필요는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