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실크로드를 따라 이동한 기생충



(Egg of Chinese liver fluke discovered in the latrine at Xuanquanzhi, viewed using microscopy. Dimensions 29 x 16 micrometers. Credit: Hui-Yuan Yeh. Reproduced from the 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 Reports.)

(2,000-year-old personal hygiene sticks with remains of cloth, excavated from the latrine at Xuanquanzhi. Credit: Hui-Yuan Yeh. Reproduced from the 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 Reports.)


 현대는 사실 감염병에 매우 취약한 시대입니다. 지구촌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세계 여러 곳이 아주 가까워졌기 때문입니다. 사람과 물자가 쉽게 이동하는 만큼 전염병 역시 매우 쉽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런 물자와 사람의 이동은 전염병의 중요한 전파 경로였습니다. 만약 현대 의학과 방역, 백신 등의 도움이 없다면 사실 전염병으로 인해 현대 사회는 붕괴되고 말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많은 질병이 교역료를 통해서 퍼졌다는 것은 여러 가지 정황 증거가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확실한 물증으로 남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감염을 일으키는 균과 바이러스가 꼬리표를 달고 화석화되지는 않기 때문이죠. 


 기생충은 이런 점에서 연구가 훨씬 편리한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생충은 엄청난 숫자의 알을 낳는 특징이 있으며 인구 집단, 식습관에 따라 특정한 기생충이 존재하기 때문에 기생충의 알을 확인하므로써 고대 인구 집단의 기생충 감염은 물론 식습관과 생활 습관까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중국의 타림 분지에서 발견된 기생충 알 역시 기생충 감염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중국 한나라 시기인 BC 111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 유물은 대변을 본 후 닦는 용도의 막대기입니다. 이런 막대기를 사용했다고 하면 위생적이지 않아 보이지만, 사실 고도로 위생이 좋은 상태에서 사는 것은 현대인의 경우이고 근대까지만 해도 현재 같은 위생 시설은 거의 없었습니다. 


 아무튼 이런 막대기에서 발견된 기생충 알은 의심의 여지 없이 사람의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에 의하면 발견된 기생충은 4 종류입니다. 회충 (Ascaris lumbricoides), 편충 (Trichuris trichiura), 촌충 (tapeworm, taenia sp.), 간흡충 (Clonorchis sinensis)이 그것으로 당시 사람들 역시 곡물과 돼지고기, 어류 등을 다양하게 먹었음을 짐작하게 만드는 결과입니다. 


 발견된 위치는 당시 둔황에서도 1,500km나 떨어진 지점인 만큼 이들이 실크로드를 따라서 이동했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실크로드가 다양한 감염병의 이동 경로가 되었다는 정황 증거는 많았지만, 연구자들은 기생충 알을 통해 실제로 그렇다는 증거를 찾아낸 셈입니다. 


 당연히 이 경로를 통해 다른 세균, 바이러스 역시 전파되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전파된 감염성 질환은 만성적인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때때로 면역이 없는 집단에 전파되어 급성 유행을 일으켜 많은 인명을 희생시키기도 합니다. 이는 역사의 흐름에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실 가장 극적인 경우는 실크로드가 아니라 유럽인이 신대륙에 도달한 16세기의 경우로 당시 전파된 천연두 등 신종 전염병이 면역이 없는 신대륙인에게 전파되면서 막대한 인구가 사라졌습니다. 덕분에 백인들의 식민지 점령이 훨씬 수월해질 수 있었던 것이죠. 


 실크로드를 비롯한 교역료는 현대와 같이 전염병의 전파 경로이기도 합니다. 이 경로를 이해하므로써 우리는 전염병이 역사에 미친 영향을 이해할 수 있으며 동시에 질병의 진화 역시 연구할 수 있습니다. 


 참고 


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 Reports, DOI: 10.1016/j.jasrep.2016.05.010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R 스튜디오 설치 및 업데이트

 R을 설치한 후 기본으로 제공되는 R 콘솔창에서 코드를 입력해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기 보다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R 개발환경인 R 스튜디오가 널리 사용됩니다. 오픈 소스 무료 버전의 R 스튜디오는 누구나 설치가 가능하며 편리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R을 위한 IDE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습니다.    https://www.rstudio.com/  다운로드 R 이나 혹은 Powerful IDE for R로 들어가 일반 사용자 버전을 받습니다. 오픈 소스 버전과 상업용 버전, 그리고 데스크탑 버전과 서버 버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오픈 소스 버전에 데스크탑 버전을 다운로드 받습니다. 상업 버전의 경우 데스크탑 버전의 경우 년간 995달러, 서버 버전은 9995달러를 받고 여러 가지 기술 지원 및 자문을 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데스크탑 버전을 설치하는 과정은 매우 쉽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스톨은 윈도우, 맥, 리눅스 (우분투/페도라)에 따라 설치 파일이 나뉘지만 설치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R은 사전에 반드시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R 스튜디오만 단독 설치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죠.   설치된 R 스튜디오는 자동으로 업데이틀 체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R 스튜디오에서 Help 로 들어가 업데이트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업데이트 할 내용이 없다면 최신 버전이라고 알려줄 것이고 업데이트가 있다면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R의 업데이트와 R 스튜디오의 업데이트는 모두 개별적이며 앞서 설명했듯이 R 업데이트는 사실 기존 버전과 병행해서 새로운 버전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입니다. R 스튜디오는 실제로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버전을 지워줄 필요는

R 패키지 설치 및 업데이트 오류 (1)

 R 패키지를 설치하거나 업데이트 하다보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 경우 아예 R을 재설치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이렇게해도 해결이 안되고 계속해서 사용자는 괴롭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중 하나를 소개합니다.  새로운 패키지를 설치, 혹은 업데이트 하는 과정에서 같이 설치하는 패키지 중 하나가 설치가 되지 않는다는 메세지가 계속 나왔는데, 사실은 백신 프로그램 때문이었던 경우입니다.   dplyr 패키지를 업데이트 하려고 했는데,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설치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일부 패키지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는다는 메세지가 나왔습니다.  > install.packages("dplyr") Error in install.packages : Updating loaded packages > install.packages("dplyr") Installing package into ‘C:/Users/jjy05_000/Documents/R/win-library/3.4’ (as ‘lib’ is unspecified) also installing the dependencies ‘bindr’, ‘bindrcpp’, ‘Rcpp’, ‘rlang’, ‘plogr’ trying URL ' https://cran.rstudio.com/bin/windows/contrib/3.4/bindr_0.1.1.zip ' Content type 'application/zip' length 15285 bytes (14 KB) downloaded 14 KB trying URL ' https://cran.rstudio.com/bin/windows/contrib/3.4/bindrcpp_0.2.2.zip ' Content type 'application/zip' length 620344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