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프로바이오틱스가 신생아/영아 감염을 예방하지 못한다?



 프로바이오틱스 (Probiotics)는 인체에 이롭다고 알려진 박테리아로 보통은 우리가 건강기능식품 형태로 섭취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유산균 제품을 포함 온갖 형태의 프로바이틱스 제품이 시중에 팔리고 있지만, 실제로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 증거는 부족해서 임상에서 널리 사용되지는 않고 대개는 건강 보조 식품 형태로 팔리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일부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이 신생아와 영아에서 유용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주장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더 대규모 연구 결과에서 프로바이오틱스가 위장관 감염 및 호흡기 감염 예방에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저널 Pediatrics에 발표되었습니다.


 코펜하겐 대학의 리케 필만 로렌 (Rikke Pilmann Laursen, a Ph.D. student at the University of Copenhagen)과 그의 동료들은 8개월에서 14개월 사이의 영아 290명을 대상으로 위약과 프로바이오틱스을 주고 6개월간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위약(placebo)군에 비해서 프로바이오틱스 군이 특별히 위장관 감염을 비롯해서 호흡기 감염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과거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을 이용한 연구는 대부분 장내 세균이 좋게 바뀌었다는 것이었지만, 이번 연구는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실제 감염 사례를 조사한 것으로 규모가 크다는 것 이외에도 더 중요한 임상적 의미가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온 이유가 참가자 대부분이 모유 수유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모유 수유의 감염 예방 효과가 훨씬 크다는 것이죠. (overshadowed by the known protective effects of breast-feeding) 따라서 연구자들은 모유가 최고 (Breast milk is best)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모유 자체에는 사실 유산균이 들어있지는 않지만, 여기에는 적절한 장내 세균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프리바이오틱스 (prebiotics)가 들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물질은 모유에 포함된 올리고당 (oligosaccharide)입니다. 올리고당은 제 책인 과학으로 먹는 3대 영양소에서 언급했듯이 단당류 분자 3-9개 정도가 모인 저분자 다당류로 비교적 쉽게 분해되어 단맛을 내기 때문에 첨가당의 일종으로도 사용되나 단맛이 약간 덜한 물질입니다.


 책에서 언급했듯이 올리고당은 성인에서도 건강에 좋은 효과가 있다는 제한적인 보고가 있기는 하나 신뢰할만한 결과는 아니라서 일반적으로 권장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모유에 들어있는 올리고당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모유에는 아기에게 필요한 3대 영양소와 다른 영양분이 들어있습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아기가 생존하는데 필요한 여러 면역 관련 물질이 있는데, 이중에는 위장관 면역에 도움을 주는 올리고당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유산균을 먹지 않아도 음식 섭취를 바꾸므로써 장내 세균을 상당 비율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수백 종에 달하는 장내 세균이 선호하는 먹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모유에 존재하는 올리고당 역시 그런 것 가운데 하나인데, 특히 아기의 면역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장내 세균을 키우는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모유는 자연 선택을 거쳐 영아 사망률을 가장 낮출 수 있는 구성을 지니도록 오랜 세월 진화해온 것이기 때문이죠. 죽고 사는 문제가 개입되면서 선택을 하기 때문에 매우 강한 효과를 지닌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아마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모유가 아기에게 가장 좋다는 것 이외에 다른 결과를 발견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입니다.


 참고

Rikke Pilmann Laursen, M.Sc., Ph.D. student, University of Copenhagen, Denmark; Michael Cabana, M.D., M.P.H., professor, pediatrics, epidemiology and biostatistics,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Leo Heitlinger, M.D., clinical professor, pediatrics, Temple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Philadelphia; July 3, 2017, Pediatrics, online


https://medicalxpress.com/news/2017-07-probiotic-supplements-babies-infections.html

댓글

  1. 현미경 포스팅에 이어 이 글도 잘 읽었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 포럼에 링크와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답글삭제

댓글 쓰기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R 스튜디오 설치 및 업데이트

 R을 설치한 후 기본으로 제공되는 R 콘솔창에서 코드를 입력해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기 보다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R 개발환경인 R 스튜디오가 널리 사용됩니다. 오픈 소스 무료 버전의 R 스튜디오는 누구나 설치가 가능하며 편리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R을 위한 IDE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습니다.    https://www.rstudio.com/  다운로드 R 이나 혹은 Powerful IDE for R로 들어가 일반 사용자 버전을 받습니다. 오픈 소스 버전과 상업용 버전, 그리고 데스크탑 버전과 서버 버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오픈 소스 버전에 데스크탑 버전을 다운로드 받습니다. 상업 버전의 경우 데스크탑 버전의 경우 년간 995달러, 서버 버전은 9995달러를 받고 여러 가지 기술 지원 및 자문을 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데스크탑 버전을 설치하는 과정은 매우 쉽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스톨은 윈도우, 맥, 리눅스 (우분투/페도라)에 따라 설치 파일이 나뉘지만 설치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R은 사전에 반드시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R 스튜디오만 단독 설치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죠.   설치된 R 스튜디오는 자동으로 업데이틀 체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R 스튜디오에서 Help 로 들어가 업데이트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업데이트 할 내용이 없다면 최신 버전이라고 알려줄 것이고 업데이트가 있다면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R의 업데이트와 R 스튜디오의 업데이트는 모두 개별적이며 앞서 설명했듯이 R 업데이트는 사실 기존 버전과 병행해서 새로운 버전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입니다. R 스튜디오는 실제로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버전을 지워줄 필요는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